땅집고

'공간'을 빌려드립니다

뉴스 이송원 기자
입력 2015.08.20 03:05

목욕탕·체육관·테라스 등 세미나·파티 장소로 대여 늘어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지상 3층 빌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범한 다가구 주택에 불과했지만 올 5월 6개월에 걸친 리모델링을 통해 모임 전문 공간 '헤세(HESSE)'로 재탄생했다. 시간당 1만~2만원을 내면 누구나 132㎡ 면적의 건물 2층과 3층을 온전히 사용하면서 세미나와 파티 등을 열 수 있다. 옥상에는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바비큐 시설과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정성문 헤세 대표는 "이면도로 골목 빌라촌에 있는 건물이어서 임대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색다른 공간 임대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20~30대 학생과 직장인 예약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여럿이 같은 제품을 나눠 쓰는 '공유(共有) 경제' 개념이 부동산에도 확산되면서 상업·업무 공간에 신개념 임대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임대 기간은 통상 월·년 단위에서 하루 또는 시간 단위로 세분화됐다. 대여 가능한 공간도 대중목욕탕·킥복싱 체육관·옥상 테라스에서 상가 앞 자투리 주차 공간까지 다양해졌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때 목적에 맞는 특색 있는 공간을 빌리고 싶어 하는 수요자와 자투리 공간이라도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한다.

사무실의 경우 서로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이 한 사무공간을 공유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가 인기다. 올 4월 서울 서초동에서 825㎡ 규모로 문을 연 '패스트 파이브'는 10명 이하 개인 또는 기업에 사무 공간을 보증금 없이 월 단위로 빌려준다. 임차료를 내기 어려운 1인 기업, 예비 창업자, 청년 사업가 등이 주요 고객이다.

유휴 공간을 빌려주겠다고 나서는 업체도 많다. 서울 청담동 '서울 카지노 딜러 아카데미'는 딜러 교육을 진행하는 약 130㎡ 공간을 수업이 없는 오후 5시 이후나 주말에 개인 모임, 기업 행사, 방송 촬영 등의 용도로 빌려주고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옷가게 건물 앞 36.3㎡ 크기 마당 공간도 하루 40만~50만원이면 팝업스토어나 매대를 펴고 장사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공간을 빌려주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업체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11월부터 공간 예약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핀스팟'이 대표적이다. 핀스팟에서는 현재 전국 6000여개 공간을 파티용, 이벤트용, 모임용 등 다양한 목적에 맞게 소비자에게 연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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