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일반 분양을 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는 최근 재건축하는 새 단지 이름을 '헬리오시티'로 정했습니다. '빛'을 뜻하는 헬리오(helio)와 도시(city)를 합성한 '빛의 도시'라는 뜻입니다. 일부 조합원은 이에 대해 "'헬'이 '지옥(hell)'을 연상시킨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새 이름은 일반 분양을 앞둔 시점에서 건설사가 몇 가지 후보 이름을 제안하고 조합원들이 투표 등을 거쳐 결정합니다. 노후 단지 이미지를 벗고 앞으로 아파트 시세에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작명(作名)에 공을 들이는 것이죠.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 4단지를 재건축해 이달 분양하는 '고덕숲 아이파크'는 조합원들이 이름을 지었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애초 '고덕 아이파크 2차'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조합원들이 "1차 단지에 가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주변 녹지를 강조하는 '고덕숲'으로 바꿨습니다.
최근엔 알쏭달쏭한 영어 이름을 붙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많아졌습니다. 강남구 개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도 그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축복'을 뜻하는 '블레스(bless)'와 '고급·명예'를 의미하는 '프레스티지(prestige)'를 합쳐서 만들었죠. 서초동 우성 2차를 재건축한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S'는 '서초'(Seocho) '강남'(South) '삼성타운'(Samsung Town) 등을 나타내는 '에스(S)'와 '프레스티지'를 합성하고, '굉장한(super)' '똑똑한(smart)'이라는 의미로 S를 한 번 더 붙였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정체불명 아파트 이름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지방의 나이 든 시부모가 못 찾아오게 하려고' 일부러 아파트 이름을 복잡하게 짓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옵니다.
다른 단지와 달리 돋보이게 하려는 '아파트 작명'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이름에 걸맞은 품질과 서비스라는 사실을 건설사들이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