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인천도시공사가 지난 7일 마감한 인천 영종하늘도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입찰엔 6개 필지에 총 9235명이 신청해 평균 147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 중구 운서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저금리에 부동산 경기가 들썩이면서 서울 등 외지에서 투자할 만한 땅이 있느냐는 전화를 매일 2~3건씩 받는다”고 말했다.
주택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는 가운데 땅에 돈이 몰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을 부지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선점에 나섰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용지와 상업·업무용지는 없어 못 팔 정도로 입찰 경쟁이 뜨겁다. 수익형 부동산 인기가 치솟으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토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 부지 1곳에 613개社 몰려
지난달 진행된 경기 시흥은계지구 내 공동주택용지 B5 블록 입찰 경쟁률은 613대1로 올해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아파트를 지을 부지 한 곳을 확보하려고 613개 건설사가 몰린 것이다. 옆 B4 블록 입찰에도 423개 업체가 참가했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용지 입찰은 건설사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공공(公共)택지지구는 ‘분양만 들어가면 대박’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건설사마다 입찰에 혈안이 돼 있다. 정부가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당분간 대규모 택지지구 조성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존 택지지구의 ‘몸값’은 더 뛰었다. 최근 1년8개월 만에 선보인 위례신도시 공동주택용지(A3-5블록) 입찰은 561개 건설 회사가 참여해 올해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윤점식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상무는 “신규 택지지구의 공급이 당분간 중단돼 남아 있는 땅이 별로 없고, 거의 모든 건설사가 입찰에 뛰어들기 때문에 공동주택용지 낙찰이 로또 당첨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을 짓는 땅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올해 3월 LH가 제주 삼화지구에 공급한 단독주택용지 8필지에는 2만1103명이 신청했다. 특히 제주시 도련1동 1970-4 필지는 LH 토지 분양 사상 최고인 514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4월 경기 의정부 민락2지구 단독주택용지 11개 필지에도 3379명이 입찰해 평균 30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부동산 상품이다. 4층 이하 단독주택을 짓는데 1층엔 상가, 2·3층엔 원룸을 들여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4월 원주기업도시에서 진행한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청약에는 11만8000여건이 접수돼 평균 139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업用地도 예정가 2배 이상 가격에 낙찰
공공택지지구 내 상업·업무용지도 ‘완판(完販)’ 행진을 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희소한 상업용지 판매가 특히 인기”라며 “대부분 예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4월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공급된 상업용지 21개 필지는 평균 160%, 최고 203%의 낙찰가율로 모두 낙찰됐다. 낙찰 금액은 4788억원. 같은 달 SH공사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공급한 업무용지 10필지도 약 1460억원에 모두 팔렸다. 일부 용지는 예정가의 2배 이상으로 낙찰됐다.
하지만 토지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업체의 편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견 건설사나 일부 시행사가 수십 곳의 계열사와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입찰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당첨 확률을 높이고 낙찰되면 해당 부지를 모(母)회사에 전매(轉賣)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