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활황에 청약경쟁률·거래 급증
지난달 29일과 6월 1일 청약을 진행한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 '한라비발디 캠퍼스 2차'는 전용면적 69~133㎡ 2695가구 모집에 3450명이 몰리며 평균 1.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면적 133㎡ 6가구는 5.8대1의 최고 경쟁률로 마감했다. 시공사인 ㈜한라 관계자는 "생각보다 중대형 아파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며 "아직까지 중소형 인기가 더 높지만 중대형도 차츰 살아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분양이 속출하며 주택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받았던 중대형 아파트에도 훈풍(薰風)이 불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수석위원은 "중대형 아파트가 그동안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중대형 아파트도 회복세를 띨 것"이라고 했다.
◇거래량 늘고, 청약률도 상승
중대형 아파트가 부활했다는 신호는 우선 거래량에서 찾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4월 전국 중대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초과) 거래량은 1만1914건으로 3월(1만1258건)보다 5.8% 증가했다. 1월(8174건)과 2월(8392건)에 비해서는 각각 45.7%, 41.9% 늘었다.
분양 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는 10일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1순위 청약 마감 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5월 말 기준 58.1%로 2013년(38.3%), 2014년(49.3%)보다 높은 마감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방도 비슷하다. 현대산업개발이 올 5월 말 경남 거제시 양정동과 문동동에 분양한 '거제2차 아이파크'는 전체 1279가구 중 전용면적 103㎡ 92가구를 공급했는데 평균 3.26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모두 마감했다. 아이에스동서가 비슷한 시기에 경남 창원에서 분양한 '창원자은3지구 에일린의뜰'은 전용 84~114㎡로 구성된 중대형 아파트 단지였지만 청약 1순위에서 평균 2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完販)에 성공했다.
매매가격도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5월 말 전국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3.3㎡당 1093만원으로 작년 1월 3.3㎡당 1052만원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공급 부족으로 희소성 높아져
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진 것은 희소성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이 전용면적 84㎡ 이하 중소형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중대형 아파트 공급 물량은 총 3만3812가구로 전체 공급물량(33만815가구)의 10%에 불과했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팀장은 "4인 가족 이상인 경우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중대형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최근 분양시장에 중소형 아파트만 집중 공급되면서 상대적으로 중대형이 귀해졌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중대형을 포함한 아파트 단지를 잇달아 분양할 예정이다. 호반건설은 이달에 경기 부천 옥길지구에 전체 1420가구 중 504가구를 전용면적 97㎡로 공급하는 '부천 옥길 호반베르디움'을 선보인다.
세종시 2-1생활권에는 전체 2510가구 중 892가구를 99~135㎡의 중대형으로 공급하는 '세종 한신휴플러스 제일풍경채'가 이달에 분양한다. 다음 달에는 경기 김포 풍무2지구에서 '김포 풍무2차 푸르지오'가 분양한다. 이 아파트는 전체 2467가구 중 전용면적 100~112㎡ 중대형이 256가구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중소형 위주로 공급이 이어지며 업계에서는 중대형 면적이 더 귀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하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너무 큰 대형 아파트는 투자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