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파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부동산 청약 시장은 이 와중에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역대 최저 금리와 높은 전월세 임대료 부담으로 인해 청약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계속 올리는 추세라, 실수요자도 구입에 나서기 전 가격의 합리성 등을 따져보는 꼼꼼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결제원은 8일 마감한 위례신도시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C2-4~6블록) 1순위 청약 접수는 평균 1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430가구 모집에 6만9373명이나 청약 신청을 한 것. 지금까지 위례신도시에서 진행됐던 청약 가운데 역대 최고의 경쟁률이다. 과거 최고 기록은 작년 10월 GS건설이 분양했던 ‘위례 자이’로 당시 청약 경쟁률은 평균 139대 1이었다.
면적별로는 175가구를 모집하는 3단지 전용면적 83㎡A형에 3만 5584명이 청약이 몰리면서 203.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단지 전용면적 83㎡형 역시 유형별로 151대 1~15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에서도 상황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문을 연 대구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메르스 여파 속에서도 주말 사흘 사이에 3만4000명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전용면적 84㎡, 73㎡, 63㎡의 중소형 타입 728가구 단지로, 84㎡형 기준층 분양가가 지방에서는 드물게 고가인 3.3㎡(1평)당 939만원으로 책정했지만 많은 인파가 몰렸다.
며칠 전 한화건설이 경기도 일산에서 분양한 오피스텔도 큰 인기를 모았다. 한화건설이 지난 4~6일 청약을 받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개발지구 내 ‘킨텍스 꿈에그린 오피스텔’ 청약에는 총 780실 공급에 2만2121명이 신청했다. 경쟁률이 28.4대 1까지 치솟은 것. 비록 내부 평면을 아파트 못지 않게 구성했다고는 하나 일산 지역에서 분양된 오피스텔이 이런 높은 청약 열기를 보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메르스 여파로 인해 외출조차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도 부동산 청약 열기가 치솟는 것은 최근의 부동산 시장과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로 대출 부담이 줄어든데다, 전월세 임대료가 갈수롯 치솟으면서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둔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 여기에 안정적 임대소득을 기대하는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부동산 분양 광풍 조짐까지 일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이런 청약 열기를 틈타 분양가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어, 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3.3㎡ 당 평균 분양가는 올 들어서만도 1월 1557만원에서 5월에는 1962만원으로 405만원이나 올랐다. 분양 지역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지만 분양가는 거의 매달 상승했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경우 2년 전 3.3㎡당 900만원대였지만 요즘은 1100만원선까지 올랐다. 일부 업체는 입주자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품목을 옵션으로 돌리는 식으로 분양가를 올리기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갑자기 토지 매입 원가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세계 경기 침체로 원가 상승 요인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도 구입 전 건설업체들의 과도한 분양가 인상은 없었는지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소비자들도 자신의 실수요에 맞는 물량에는 관심을 갖되 주변 시세와 비교해서 가격이 합리적인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