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 여파로 수도권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재건축 이주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전셋집을 찾아 수도권까지 밀려나고 있다.
22일 부동산114는 경기 하남시 전셋값이 올 1월부터 현재까지 9.08% 뛰었다고 밝혔다. 남양주시는 올 들어 전셋값이 5.71%, 구리시는 5.48%의 상승했다. 하남시 전셋값은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2월부터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고덕주공 2단지는 26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올해 10월까지 이주를 완료할 계획이다.
고덕동 재건축 이주민들은 이사할 집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하남시와 남양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강동구 전세 시세가 이미 크게 뛰어 비슷한 가격대의 전셋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강동구 전세가격은 올 들어 10.52% 상승했다. 서울시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은 6.1%다.
강동구 명일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 전세가 4억5000만원이 넘는다”며 “고덕 아이파크 같은 곳은 5억8000만원에서 6억원선”이라고 말했다. 하남 덕풍동의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전용 84㎡ 경우 3억4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선”이라고 말했다.
송파·강남지역 전세 난민들은 성남, 판교, 분당 지역 전세값까지 올려 놓고 있다. 올 들어 판교 전세가격은 4.3%, 성남은 4.0% 상승했다.
전세난에 따른 수도권 전셋값 상승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남시 N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하남 미사강변신도시의 새 아파트는 이미 작년부터 전세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며 “(집을) 내놓는 사람은 적고 찾는 사람만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3월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 2분기부터 연말까지 강남 3구와 강동구 재건축 이주 물량은 약 1만2000가구에 달한다. 이미 이주를 마무리한 가구를 제외해도 약 1만가구가 새 집이 필요하다.
강남구 개포동 시영(1970가구)와 개포주공3단지(1160가구)는 현재 관리처분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로 7~9월쯤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관리처분계획은 재건축 아파트 철거하기 전 마지막 행정절차다. 서울시로부터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를 받으면 6개월~1년에 걸쳐 철거를 한다. 즉 3분기 강남 주민 3000가구가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선다. 또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2580가구)가 하반기에, 고덕주공7단지(890가구)는 내년 초 이주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송파·강남권 재건축으로 분당·성남·용인까지 전세난민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 하반기에 이사를 해야 하는 전세 세입자들은 집을 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