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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기자의 눈·귀·글]소형 아파트가 대형보다 평당 분양가가 비싸진 여러가지 이유

뉴스 박정현 기자
입력 2015.05.15 08:18 수정 2015.05.15 18:13

올 4월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분양한 ‘신금호 파크자이’는 가장 작은 전용 59.98 m²(약 19평)의 3.3 ㎡(평)당 분양가가 2329만원이었다. 이는 전용 84 m²(약 33평)와 전용 114m²(40평)의 평당 분양가보다도 비쌌다. 청약 경쟁률도 전용 59m²가 가장 치열했다. 지난 2013년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대치 청실’. 전용59.99㎡(약 19평)의 평당 분양가는 4593만원으로, 전용94.49㎡(약 38평)의 3935만원보다 무려 658만원 더 비쌌다.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변하면서 서울의 소형 아파트 평당 분양가격이 중대형 아파트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아파트는 고가, 소형은 저가란 상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매매가격도 마찬가지다. 부동산114는 최근 서울 시내 동대문·관악·동작·서초·금천·성북·강북·서대문구의 전용 85㎡ 이하 아파트 가격이 전용 85㎡ 초과 아파트보다 비싸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동대문구 전용 85㎡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1292만원으로 85㎡초과 아파트(1154만원)보다 138만원 높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다. 중소형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와 매매가가 중대형보다 더 비싸진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중소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전세난이 심해서 높은 전셋값을 내느니 그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하자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졌다”며 “총 매입금액으로 따지면 중대형보다는 소형이 여전히 덜 비싸고, 나중에 전·월세를 주거나 되팔기에도 소형이 유리해 작은 평형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건설사들도 잘 안팔려서 미분양의 위험이 큰 대형보다, 중소형에 더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20평 남짓한 소형 아파트에도 테라스하우스를 붙여 더 고급스럽게 짓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좋은 위치와 층에 배치한다. 물건이 좋으면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반도건설이 최근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한 아파트에도 테라스하우스가 도입됐다.


일례로 지난달 분양한 ‘아현역 푸르지오’는 전체 940가구 중 테라스하우스가 들어간 집이 24가구 분양됐다. 테라스하우스는 일반 아파트의 발코니 부분을 계단식으로 지어 바로 아랫집의 옥상을 윗집에서 테라스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집을 말한다. 테라스하우스가 도입된 동은 지상 3층 높이로 낮게 지었다. 통상 건물을 높게 지어 팔수록 수익이 많이 난다. 그런데 건설사가 건물을 낮게 그리고 더 고급스럽게 짓는다면 어느 정도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분양가를 비싸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건설사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청약 결과 아현역 푸르지오의 테라스하우스형 24가구에는 총 537명이 몰렸다. 이곳의 평당 분양가는 2200만원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몇 년전에 비해 중대형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제자리인데 중소형은 많이 올랐다”며 “건설사들은 예전만큼 대형이 잘 안팔리니 수요가 보장된 소형의 평당 분양가를 올려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건설사들도 소형 평면을 더 널찍하게 쓰기 위한 특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대부분 건설사들은 주방에 식료품을 수납할 수 있는 팬트리 공간을 도입하고 있다. 또 틈새 공간을 활용해 자녀 놀이방이나 공부방, 서재로 쓸 수 있게 하는 아파트도 많다. 롯데건설은 벽과 싱크대 사이의 좁은 틈새 공간을 이용해 제사에 쓰는 상을 보관하는 상 전용 수납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달 ‘신금호 파크자이’ 를 분양한 GS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요즘에는 발코니 확장도 가능하고 평면 기술이 발달해 전용 59 m² 소형 아파트도 전용 75 m²(약 22평)처럼 널찍하게 쓸 수 있다”며 “건설사들도 중소형을 찾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작은 평수를 더 넓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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