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와 경기 하남·성남시 등 3개 행정구역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에서 ‘위례동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입주가 빠른 송파구 쪽 주민들이 ‘위례동’ 선점에 나서자, 경기 하남시와 성남시도 ‘위례동’을 동명으로 쓰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북서쪽은 송파구, 동쪽으로는 하남시, 남쪽으로는 성남시 등 3개 지자체가 걸쳐 있다. 세 지역 중에선 송파 지역 아파트의 입주가 가장 빨랐다. 성남과 하남 지역은 올해 말에야 입주가 시작된다.
입주 날짜가 빨랐던 덕분에 위례신도시에 일찌감치 들어와서 살게 된 송파구 주민들은 작년 9월부터 ‘송파구 장지동’에서 ‘위례동’으로 동명을 변경해달라며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이에 따라 송파구는 작년 10~11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지난 4월 9일 위례신도시에 걸쳐있는 거여동과 장지동 일부를 ‘위례동’으로 변경하기 위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송파구는 조례 개정안에서 “송파구 거여 1~2동, 장지동 일부지역(255만1000 ㎡)은 2017년까지 1만6200가구, 4만500명이 입주 예정이라 전입신고 등 행정 수요 폭주가 예상된다”며 “기존의 거여동과 장지동으로부터 분리해 ‘위례동’을 신설해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하남시도 반격에 나섰다. 하남시는 지난 16일 위례동 주민센터 기공식을 열고 ‘위례동’ 명칭 사용을 기정사실화했다. 하남시는 “신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하남시 행정동 명칭은 당연히 ‘위례동’이 돼야 한다”며 “올 11월부터 하남 지역에 입주자가 늘어나 행정 수요 폭증이 예상돼 주민센터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이럴 바에야 아예 3개 지자체 모두 위례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성남시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온다. 한 입주자는 “송파구와 하남시는 ‘위례동’을 쓰기 위해 각개분투하고 있는데 성남시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성남도 위례동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도록 지자체 간 논의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선 ‘위례동’을 ‘위례1동’, ‘위례2동’, ‘위례3동’으로 부르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송파·성남·하남 지자체 모두 ‘위례동’이란 동일한 이름을 쓰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지방자치법상 행정동 명칭은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에도 ‘신사동’, ‘삼성동’ 등 동일한 행정동 명칭을 쓰는 곳이 다수 있다.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는 “강남구가 행정동의 특정 이름에 대해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관악구가 ‘신사동’이란 명칭을 쓰는 것을 인정해줬다. 현재 관악구과 강남구는 각각 ‘신사동’이란 행정동을 쓰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올 연말 입주가 본격화돼 지자체와 입주 예정자들 간의 행정동 명칭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부터 위례신도시 하남시에 ‘위례엠코타운(970가구)’이 입주를 시작하고 성남시에는 ‘래미안위례신도시(410가구)’, ‘위례힐스테이트(621가구)’가 입주한다. 같은 시기에 송파구 장지동에는 ‘위례아이파크1차(4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