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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집값, 대세 상승기 접어들었나…'반짝 상승' 경계론도 적잖아

뉴스 박정현 기자
입력 2015.04.30 15:39 수정 2015.04.30 16:43
작년말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신도시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 모델하우스/사진=조선DB

부동산 경기에 청신호가 켜진 것일까. 주택경기의 대표적 회복 지표인 미분양 주택이 줄었고 집값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분양 물량은 큰 폭으로 늘었다. 좀처럼 오를 것 같지 않던 집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 경기가 이미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으며 최소한 올 하반기까지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에 따른 ‘반짝’ 반등 현상일 뿐 2005~2007년 같은 부동산 호황기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5월. 김포한강신도시의 한강센트럴자이 아파트는 전체 3481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절반도 못 미치는 참패를 겪었다. 다른 건설사들은 줄줄이 분양 계획을 미뤘다. 그런데 작년 10월부터 계약률이 오르더니 올해 1월에 전 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이후로도 김포한강신도시 청약 성적은 좋았다. 작년 말 분양한 e편한세상 캐널시티는 비수기인데도 한달만에 639가구 모두 계약을 마쳤다. 이달 초 청약한 반도유보라3차는 625가구 모집에 1592명이 몰리며 순위 내 청약자 모집을 마감했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던 김포한강신도시 분위기가 1년만에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한 부동산 대행업체는 “김포한강신도시는 한때 4000가구 가량 미분양 주택이 쌓여 우려스러웠다”며 “1년만에 미분양이 90%까지 감소해 2월엔 300가구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변화는 김포한강신도시만의 얘기가 아니다. 곳곳에서 부동산 경기 지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달보다 14.5% 감소한 2만8897가구를 기록했다. 월간 미분양 주택이 2만 가구대로 내려간 것은 200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2월보다 6.6% 감소했다.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사 전경/사진=조선DB



미분양 주택은 부동산 경기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회복 지표다. 특히 완공했는데도 분양되지 않은 빈집들이 팔려나가기 시작하면 주택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에 돌아왔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한다.

집값도 느리지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국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이 전년대비 평균 3.1%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주택시장을 주도하면서 집값이 저렴한 연립·다세대 등 1억원 초과~2억원 이하 주택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밝혔다. 1분기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7만53건으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경기 지표에 파란불이 켜지면서 기대심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 연간 10~20%씩 집값이 올랐던 기억을 토대로,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상규 BN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규제 완화 등으로 올 하반기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공격적으로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청약 조건이 완화되고 금리도 1%대로 낮아지면서 청약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부동산114는 올 1~4월 분양 물량(임대·예정물량 포함)을 11만3103건으로 집계했다. 닥터아파트는 같은 기간 전국 청약자만 60만명이라고 밝혔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1~2월은 지방 대도시 위주로 공급됐고 3~4월 들어서 수도권 분양 물량이 나왔는데 전체적인 청약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며 “건설사들이 그동안 묵혀왔던 선호지역 분양 물량을 밀어내고 있어 청약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올 2월 정부가 발표한 전국 공시지가/그래픽=조선일보


이렇게 주택시장에선 꾸준히 회복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대세 상승 국면에 진입할지에 대해선 비관론이 적잖다. 고령화·저출산·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면서 예전처럼 집값이 대폭 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주택시장 회복 신호가 지천에 넘치지만 경제성장률 면에선 해결된 게 없어 예전 같은 대세 상승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긍정적인 지표만 보는게 아니라 가계부채 건전성, 경제성장률 등 다방면에서 주택경기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규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가격이 대세 하락 국면에 진입하기 앞서 잠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인지, 대세 상승 국면이 본격적으로 재개될지 현 시점에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큰손’ 투자자들도 아직 움직임이 없다고 분석했다. 위례박사부동산의 김찬경 대표는 “요즘 주택경기는 투기·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실수요자 거래량이 늘면 그게 (큰손들의) 투자 수요로 넘어가야 경기가 살아나는데 전환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20~30대가 청약시장에 진입한 것도 경기 회복의 결과가 아니라 ‘전셋값 급등’ 때문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여경희 닥터아파트 팀장은 “소득이 많아졌다기 보단 전세난이 너무 심해서 내 집을 보유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해당 지역의 미래가치나 소득 수준을 감안해 신중한 거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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