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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가장 추운 곳, 비행기도 내려다보는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에 가다

뉴스 우고운 기자
입력 2015.03.27 13:23 수정 2015.03.27 15:24

“여기가 아마 서울에서 제일 추운 곳일 것입니다.”

26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103층 건설현장. 103층에서 근무하는 롯데건설 직원은 “꼭대기는 1층보다 온도가 약 10도 더 낮고 바람이 3배 정도 더 세다”고 말했다.

보통 100m 고도가 상승하면 온도는 1도 내려간다고 한다. 이곳 높이는 약 420m. 아마 실제 온도는 지상보다 4~5도쯤 낮을 것이다. 그러나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낮았다. 모처럼 낮기온이 12도까지 오른 따뜻한 날이었지만 롯데월드타워 103층은 초겨울 같았다. 바람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타워 103층에서 바라본 한강 전경. /우고운 기자

이곳에선 지상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다. 한 직원이 “저기를 보라”며 가리킨 곳을 보니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지상에서 비행기를 보려면 고개를 치켜세워야 하지만 여기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비행기가 103층보다 아래에서 날아가기 때문이다. 또 서울 강남인데도 휴대전화가 먹통으로 변했다.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은 “휴대폰은 거의 안 터지는데, SK텔레콤만 가끔 터진다”고 말했다. 통신용 전파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내년 10월 123층(555m) 완공을 목표로 하는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103층 건설 작업이 한창이다. 사업비만 3조5000억원으로 공사 연인원은 총 400만명에 달한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자, 높이 기준으로 세계 6위의 초고층빌딩이 된다. 공사 진행 속도는 대략 5일 만에 1층 정도다. 2010년 11월 착공 후 4년5개월 만에 100층을 돌파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거의 매주 현장을 찾는다고 한다.

밑에서 바라본 롯데월드타워의 모습. 맨 꼭대기에 철근 등을 옮길때 쓰는 타워크레인 두대가 보인다. /우고운 기자

초고층빌딩인 만큼 현장 직원들의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훤히 뚫려 있는 꼭대기에서는 비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너무 센 날에는 아예 공사를 할 수 없다. 실제 이날도 바람이 불면 미세하게 공사 현장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 직원은 “늘 여기서 일하지만 워낙 높다 보니 가끔 고소공포증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날 103층까지 직접 올라가기 위해 안전모를 쓰고 최대한 가벼운 복장을 갖췄다. 중간에 계단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에 손에는 흰 장갑을 꼈다. 1층에서 78층까지는 공사용 리프트로 올라갔다. 총 8대의 리프트가 있었다. 한 대당 2.7톤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대략 10명 정도로 나눠 리프트를 탔다. 리프트는 분당 87m 속도로 약 4분 만에 78층에 도착했다.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78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공사용 리프트의 모습. /우고운 기자

78층에는 초고층빌딩의 중간 칸막이 역할을 해주는 ‘커튼월’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커튼월은 초고층빌딩 공사 작업 중 외부로부터 비나 바람을 막고 소음이나 열을 차단하는 벽체를 뜻한다. 그 뒤 다른 리프트로 갈아타 98층으로 이동했다. 98층까지 가는 리프트는 1.5톤짜리 3대밖에 없어 약 5~10분 정도 대기해야 했다. 두 번째로 탄 리프트는 1~2분 만에 98층에 도착했다.

78층에서 바라본 전경. /우고운 기자

98층부터 103층까지는 좁은 계단을 이용했다. 계단이 제법 가팔라 두손으로 난간을 잡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1층에서부터 103층까지는 대략 15분이 걸렸다. 좁은 계단을 다 올라서니 103층 작업 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103층 꼭대기에서는 초고층빌딩의 중심부 벽을 만드는 ‘코어월’ 작업이 한창이었다. 철근을 옮겨와 설계대로 배열하는 ‘배근’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98층 이후 약 5층 정도는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우고운 기자

103층 작업 현장은 가로세로 25m 정도에 불과했다. 25~30명 정도의 현장 직원이 2교대(오전 7시~오후 5시, 오후 7시~10시 반)로 근무한다고 한다. 아침마다 ‘툴박스미팅’을 열어 작업반장이 날마다 현장 작업 지시를 내린다. 중요한 작업이 있을 경우 100명이 투입될 때도 있다고 한다.

103층에는 철근과 같은 무거운 자재를 들어 나르는 ‘타워크레인’ 두대와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쏘아 올리는 ‘콘크리트 플레이싱 붐’ 한대가 있었다. 이 콘크리트 플레이싱 붐은 부드럽게 배합된 콘크리트를 초고압 펌프로 밀어올려 주는 기기다. 100층 돌파까지 사용된 철골과 철근은 약 4만여톤이 넘고 콘크리트 양은 19만5000㎥에 달한다고 한다.

103층 공사 현장 모습. 코어월을 만들기 위해 철근 배근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우고운 기자

현재 작업 중인 103층엔 나중에 6성급 호텔이 들어선다. 총 123층 중 76층부터 107층까지가 호텔이다. 108층~114층이 사무실, 115층 이상 갤러리와 카페, 전망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13층~41층은 사무실, 42층~75층은 오피스텔이다.

103층에서 바라본 전경. 아래쪽에 롯데월드가 약간 보인다. /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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