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이재영 사장
내달 진주市로 본사 이전, 도약 기회 삼을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달 6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총력 판매 결의대회를 열고 올해 판매 목표인 20조원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영 LH 사장은 본사 사업 판매담당 부서장, 지역 사업본부장 등 18명의 간부 직원과 1대 1로 '판매 경영계약'을 체결했다. 판매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인사에 반영해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다.
부채 감축을 위해 "판매만이 살 길"이란 생각으로 전사적 차원에서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지다. 땅과 주택을 판매하는 것이 주 업무인 LH는 작년 말 기준 9100필지, 27조원에 달하는 미매각 토지와 9900가구, 8000억원 상당의 미분양 주택을 가지고 있다.
LH는 지난해 '최다 부채 공기업'이란 오명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다. 작년 한 해에만 금융 부채(이자를 내는 빚) 7조2000억원을 감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공사 출범 후 4년간 매년 7조원씩 늘어나기만 했던 부채가 줄어든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LH 본사 1층 로비에 있는 '부채 시계'는 부채 감축을 위한 LH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계는 실시간으로 LH의 금융 부채 총액이 표시된다. 이 사장이 "매일 부채 증감 현황을 사내외에 투명하게 알려 임직원 모두 위기의식으로 무장하자"는 의미에서 작년 8월부터 가동했다. 작년 초 105조원을 웃돌았던 금융 부채는 현재 97조4000억원대로 낮아졌다.
LH는 지난해부터 금융 부채 감축을 위한 판매 증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성과는 작년 한 해 동안 27조2000억원어치의 토지·주택을 판매하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나타났다. 1년 전(22조원)과 비교하면 24% 정도 늘어난 수치다. 박성옥 LH 팀장은 "부동산 경기(景氣)가 침체된 속에서도 '수요자 맞춤형 판매 전략'을 적용한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이 판매 전략의 대표 사례는 LH 본사 1층에 있는 '통합 판매센터'다. 토지 구입을 원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대출을 알선하고 무료 세무·법률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곳이다. 여기에 작년 신규 사업 물량 14조원어치 가운데 30% 이상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는 등 새로운 사업 방식을 도입한 효과도 컸다.
LH는 주요 공기업 중에서 처음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방만 경영 개선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 휴직급여 등을 대폭 축소하면서 1인당 복리후생비가 2013년에 비해 266만원 줄었고, 전체 복리후생비 규모도 147억원 감소했다. 간부 직원들은 2017년까지 매년 금융 부채가 전년보다 증가하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작년 9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LH의 신용평가등급 전망을 기존의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와 동일한 신용 등급이다. 작년 10월에는 미국 무디스 역시 LH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한 단계 상향했다.
LH는 오는 4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긴다. 이에 앞서 작년 11월 본사 조직 간소화, 수도권 광역본부화 등 '진주 시대'에 맞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사장은 "본사 이전이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차원이 아닌 조직 분위기를 일신해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