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분양 아파트 12년來 최대
수입차 등 高價 경품 내걸고 초기 분양률 높이는 데 총력
모델하우스 방문만 해도 TV·김치냉장고 경품 제공
부엌칼 갈아주기·타로점… 톡톡 튀는 이벤트도 등장
충북 청주에서 지난달 말 분양을 시작한 '청주 블루지움 B910' 오피스텔. 이 단지는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2000만원 상당의 '에르메스' 브랜드 가방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앞서 이달 초에는 모델하우스 방문객을 대상으로 추첨해 기아자동차의 경차 '레이'를 선물로 증정하기도 했다. 이 단지를 분양한 신해공영의 이종범 대표는 "공급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브랜드인데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한 끝에 분양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하는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에서 연초부터 소비자 선점을 위한 마케팅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올해 전국에 12년 만에 최대인 34만6000가구의 아파트가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양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선물이나 1억원이 넘는 아파트 한 채를 경품으로 내놓기도 하고, 청약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아이디어도 쏟아내고 있다.
◇아파트 1채까지…高價 경품 '물량 공세'
분양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업체는 주로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중소 건설업체다. 모아주택산업은 이달 말 강원 원주혁신도시 '모아엘가 에듀퍼스트' 분양을 앞두고 경품 물량 공세에 나섰다. 홈페이지에서 관심 고객으로 등록한 예비 청약자에게 32인치 LED TV, 공기청정기, 열풍기 등을 주는 경품행사를 연 것이다. 대명건설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분양하는 '잠실 대명벨리온' 오피스텔도 모델하우스 방문객에게 추첨을 통해 32인치 TV와 김치냉장고 등을 제공한다.
과거 건설 경기가 한창 좋을 때나 볼 수 있었던 '억대 경품'도 최근 다시 등장했다. 작년 분양된 충남 서산시 '서산 테크노밸리' 지역주택조합은 계약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아파트 한 채를 경품으로 줬다. 이 아파트 한 채의 분양가는 총 1억7000만원 정도였다. 고급 외제 승용차 '벤츠 C클래스'와 명품 가방도 경품으로 내놨다.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부천시 원미구 '아이파크'의 미(未)분양분을 대상으로 '한시적 할인 분양'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 설 연휴 이후부터 이달 말까지 계약하는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최대 2억400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전용면적 134㎡의 경우 분양가가 7억6500만원에서 5억2600만원으로 내려간다.
◇칼갈이 서비스·타로占 등 이색 이벤트 경쟁도
큰돈을 들이지 않는 이색 아이디어로 관심 끌기에 나서는 건설사도 늘어났다. GS건설은 내달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 분양에 앞서 지난 13~14일 인근 단지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부엌칼을 갈아주는 '칼갈이 서비스' 행사를 열었다. SK건설이 짓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꿈의 숲 SK뷰' 모델하우스에서는 방문 예약자들을 위해 사주와 타로점을 봐줬다.
대우건설은 경기 이천시에서 '이천 설봉 3차 푸르지오'를 분양하면서 모델하우스 방문객 1인당 100원씩을 적립하고, 이를 모아 이천쌀 1000㎏을 이천시 복지과에 기부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이 경기 분당신도시에 분양 중인 '분당 더헤리티지'는 이번 설 연휴 기간에 계약하는 이들에게 '설맞이 차례 준비용'으로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선물했다.
◇"고가 마케팅 비용, 분양 실패보다는 싸게 먹혀"
올 들어 분양 마케팅 경쟁이 심화한 것은 올해 청약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만큼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하는 아파트 규모는 12년 만에 최대인 34만6000가구로 추정된다. 특히 수도권에는 지난해 신규 공급 아파트(12만 가구) 물량의 1.6배 정도인 총 19만8000가구가 분양된다.
분양대행사 이삭디벨로퍼 김태석 사장은 "분양 실패로 인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보다는 마케팅에 과감히 투자해 초기 분양률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공급량 증가에 따라 지방은 올해 하반기부터, 수도권은 내년부터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한다"면서 "건설사들이 건설경기가 꺾이기 전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게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결국 행사 비용은 분양가에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