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도권·연립으로 짐싸는 '재건축 전세難民'

뉴스 진중언 기자
입력 2015.02.05 03:03

[강동·서초구 재건축 여파, 서울 아파트 전세금 급등]

신학기 이사수요 맞물려 아파트전세 한달 새 1% 상승
학군 좋고 역세권 주변인, 연립주택으로 이사하거나 성남·하남 등 수도권으로 떠나
지친 세입자들 집 구매하기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 아파트(전용면적 55㎡)에 전세 사는 김모(38)씨는 석 달째 주말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헤매고 있다. 올 3월부터 재건축으로 집을 비워줘야 하지만 현재 보증금(1억5000만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전셋집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크기의 주변 연립주택도 전세금이 2억2000만~2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김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른 재건축 단지에 보증부 월세를 알아보고 있다"며 "1~2년 뒤에 똑같은 고생을 반복할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싼 전셋집을 찾아 이곳저곳 떠도는 이른바 '전세 난민(難民)'이 늘고 있다. 재건축이 몰려 있는 서울 강동구와 서초구가 대표적이다. 재건축 단지에 살던 세입자들은 가까운 경기도 하남과 성남시로,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들이 밀려들면서 수도권 외곽과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금도 도미노처럼 들썩이기 시작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권에서 시작된 국지적인 전세난이 주변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이주 몰려 전셋집 품귀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작년 12월보다 평균 1.06% 올랐다. 1월 상승률로는 2002년 1월(2.74%) 이후 가장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금이 매매가 턱밑까지 차올랐다. 서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66.1%로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후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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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의 경우 '반포한양' '한신5차' 등이 재건축 이주에 나서면서 전셋집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85㎡ 아파트 전세금이 한 달 사이에 5000만~7000만원 정도 올라 6억~7억원에 거래된다"며 "일부 세입자는 가까운 성동구나 동작구 지역으로 이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금도 뛰어

아파트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대체 상품인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금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월 서울 지역 연립주택 전세금은 평균 0.43% 올라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0.41%)을 추월했다.

실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일대 전용면적 60㎡ 빌라 전세금은 작년 초 1억원에서 현재 1억3000만원 정도로 30% 급등했다.

학군이 좋은 지역이나 지하철 역세권에 있는 신축 연립과 빌라는 주변 아파트와 비슷한 전세 시세가 형성되기도 한다. 광진구 중곡동 '조은부동산' 관계자는 "방 2개에 거실이 딸린 연립주택 전세금이 2억~2억3000만원까지 올라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전세난에 지쳐 매매로 돌아서기도

서울 강남 재건축발(發) 전세난은 수도권 주변 도시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올 1분기 4500여 가구의 재건축 이주가 예정된 강동구에선 지난해부터 싼 전셋집을 찾아 경기도 성남·남양주·하남 등 주변 지역으로 미리 떠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성남시 중원구(7.4%), 의정부(6.8%), 남양주(6.5%) 등은 지난해 전세금 상승률이 수도권 평균(4.8%)을 크게 웃돌았다.

전세난에 지친 일부 세입자는 "차라리 집을 사자"며 매매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전셋집에 사는 회사원 김모(31)씨는 지난달 말 경기 김포시의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2억7000만원에서 3억1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하자 새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금융 지원을 통해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전세난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지자체가 재건축 단지 이주 시기를 적극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재고(在庫) 확대를 위한 정책적·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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