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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대학생 傳貰(전세)' 조건 맞는 집 찾기 어려워 유명무실

뉴스 진중언 기자
입력 2015.01.17 03:03

절차 복잡해 집주인들 외면… 중개업소부터 문전박대… 지원 대상 소형 전세도 희귀
어렵게 대상자에 선발된 뒤 중개소 수십 곳 돌아다니다 전셋집 못구해 포기하기도

저소득층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 중인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원 대상자로 선발된 대학생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LH용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LH 전셋집을 찾는 학생들은 집주인은 물론 부동산중개소에서 문전박대(門前薄待)당하기 일쑤다. 동국대에 다니는 김모(여·22)씨는 "전셋집을 찾으러 지하철 3·4호선 라인의 부동산을 수십 군데 돌아다녀도 매번 'LH용 전세는 없다'며 쫓겨난다"며 "한 부동산에선 '왜 이런 제도를 만들어서 사람 귀찮게 하느냐'며 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상자로 선발된 학생들이 개강을 앞두고 전세 입주 자격을 포기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전셋집 찾기 힘들어 포기하기도

LH 대학생 전세임대는 지원 대상자로 선발된 학생이 전셋집을 구해오면 LH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은 뒤 해당 대학생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제도이다. 2011년 말 도입된 이 제도는 기존 월세보다 저렴하고 최장 6년 동안 이용할 수 있어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예를 들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전세금 7500만원짜리 주택을 계약하면, 대학생은 소득 수준에 따라 보증금 100만~200만원에 매달 임차료로 12만~18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수도권 대학가 주변의 원룸 월세가 50만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싼 편이다. 작년 11월 진행된 2015학년도 재학생 대상 입주자 모집 때는 첫날 신청자가 폭주해 LH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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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기자

그러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전셋집을 찾기 위한 '고난(苦難)의 행군'이 시작된다. 중앙대 4학년 송모(24)씨는 "부동산을 50곳 넘게 다닌 끝에 조건에 맞는 집을 하나 찾았지만 LH가 요구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집주인이 계약을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LH 전세임대주택 대상자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부동산마다 문전박대를 당한다" "전화하면 다 없다고만 한다"는 글들로 도배가 된 상태이다.

아예 LH 지원 자격(資格)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 신촌에서 2년간 LH 전세임대주택에서 살던 양모(24)씨는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는 "집주인이 전세금과 별도로 월세를 더 내라고 해 방을 빼겠다고 했다"며 "2년 전처럼 부모님까지 동원돼 전셋집 찾느라고 고생하느니 비용이 더 들더라도 마음 편한 월세를 찾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전세는 애물단지"

최근 저금리 기조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LH용 전셋집' 찾기는 유난히 힘겹다. LH는 부채비율이 90% 이하에 건축물관리대장에 '주거용'으로 등재된 소형 주택(1인 거주 때 전용 50㎡ 이하)에만 전세임대를 지원한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모아공인중개사사무소 정문성(34) 부장은 "대학생이 선호하는 원룸은 전세 물량이 거의 없는 데다가 간혹 있더라도 부채비율 등 LH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집주인 입장에선 절차가 복잡하고 자신의 부동산 소득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 LH와 계약을 맺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학생 측이 전세 물건을 구하면 LH는 법무사(法務士)를 통해 지원이 가능한 주택인지를 점검하는 '권리분석'에 들어간다. 그러나 신청자가 몰리면 권리분석에만 일주일이 넘게 걸리고 이 기간에 집주인이 다른 입주자를 찾아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중개소도 대학생 손님을 '애물단지' 취급한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 S부동산 관계자는 "절차도 까다롭고, 계약 성사 확률도 낮기 때문에 LH 전세임대를 구하는 학생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에겐 전세금을 시세(時勢)보다 높이 부르는 일도 흔하다. 고려대 주변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일반 전세라면 5000만원이면 될 집을 LH 지원 상한선인 7500만원까지 올리고, 별도의 월세를 요구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학생들의 실태를 알고 있지만 시장에 전세 물량 자체가 부족해 뾰족한 해결 방법은 없다"며 "LH와 계약하면 부동산 소득이 노출된다는 집주인들의 잘못된 선입견만 없어져도 물량이 조금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저소득층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LH가 시행 중인 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발된 학생이 전셋집을 구해오면 LH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은 뒤 해당 대학생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기존 월세보다 저렴하고 최장 6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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