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성산 등 외곽에 신축 활발
귀농·귀촌 인구 늘어나면서 토지거래도 2년째 30%대 상승
땅값 상승 기대한 투자는 위험… 수익성·환금 가능성 따져봐야
이달 22일 낮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쯤 달리자 산 중턱을 깎아 만든 약 5000㎡ 넓이 공사 현장이 보였다. 제주 북쪽 바다를 내려다보는 지상 2층짜리 단독 주택(약 50㎡) 15채를 건설 중이다. 외지(外地) 투자자들이 '세컨드 하우스'나 별장으로 사용하려고 분양받은 집들이다.
이날 애월읍 일대 곳곳에서 이처럼 단독주택을 짓는 현장은 여럿 볼 수 있었다. 애월읍에서만 올 들어 8월까지 100채 넘는 단독주택이 착공됐다. 단독주택 분양업체 백강수피아의 김재경 대표는 "1년 전 3.3㎡당 30만원 정도에 집 지을 땅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50만원 이하로는 물건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 부동산 시장에 단독주택 개발 붐이 일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제주도에서 거래된 토지 면적은 월평균 577만8000㎡로 작년보다 약 30% 늘었다. 2년 연속 30%대의 가파른 상승세다. 올 7월 한 달 동안 제주도의 토지 거래 면적(642만㎡)도 서울(140만㎡)의 4.5배, 세종시(106만㎡)의 6배에 각각 육박한다. 2011년 0.92%이던 제주도의 연간 땅값 상승률은 지난해 1.42%에서 올 7월에는 2.04%로 고공 행진 중이다. 올해 상승률은 세종시(3.37%)에 이어 전국 둘째 수준이다. '한라산 국립공원만 빼고 다 팔린다'는 말이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 나도는 이유다.
◇은퇴·귀촌인들의 단독주택 붐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모(53)씨는 지난달 초 제주 서귀포시에서 3억원짜리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평소 전문 관리업체에 맡겨 민박집으로 운영하고 종종 제주도에 가서 별장으로 이용하려는 것. 그는 2~3년 후 은퇴하면 제주도에서 '제2의 삶'을 살겠다는 목표로 서귀포 주변에 과수원도 알아보고 있다.
단독주택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대상이다. 전통적으로 주거 수요의 집중도가 떨어져 아파트 인기가 덜하고, 특히 은퇴·귀농인들이 단독주택을 가장 선호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금 수준인 2억~3억원대에서 장만할 수 있고 같은 값으로 가장 넓은 땅의 지분을 얻게 돼 많은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본지가 제주·서귀포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제주시 애월읍(104건)과 서귀포시 안덕면(86건)·성산읍(62건) 등 자연환경이 뛰어난 외곽 지역에 단독주택 신축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가에는 은퇴·귀촌인들이 카페·게스트하우스를 겸한 단독주택 10여 채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증가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수익 사업까지 벌이는 것.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골프장 인근에 부유층을 겨냥한 10억원대 고급 전원주택을 짓기도 하고, 1억원대에 헌 집을 사서 리모델링 하는 사례도 빈발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분양용 단독주택 단지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땅값 상승 기대감…'묻지마 투자'는 禁物
제주도 땅에 투자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땅값 상승이 당분간 계속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제주도의 주거용 땅값은 최근 3년 사이 30% 정도 올랐다. 서귀포시 성산읍 '제주라이프 부동산' 박소영 사장은 "주택 건설이 가능한 1000㎡ 농지가 2~3년 전까지 7000만원 정도에 팔렸지만, 최근엔 1억원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거대 자본이 들어와 대형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기대감이 더 높아지는 추세다.
제주도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정착할 곳으로도 선호도가 높다. 제주시 '부동산나라' 관계자는 "저가 항공편이 늘어 왕래가 편해졌고 다음카카오를 비롯한 주요 IT 업체들이 옮겨와 제주의 경제 규모도 커졌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덕분에 제주도 인구는 작년 한 해에만 1만2000여명이 늘어 증가 폭(2.0%)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막연하게 땅값 상승을 기대한 투자는 금물(禁物)이라고 조언한다. 그랬다가는 손해를 보기 쉬운 만큼 안정적인 수익성과 환금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과거에도 각종 개발계획만 보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사업이 무산돼 낭패를 본 사례가 많다. 배후주 제주한라대 교수는 "제주도는 타 지역과 달리 지하수·생태계·경관 보존을 위해 개발을 엄격히 제한한 곳이 많고, 원희룡 제주지사도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한다는 점을 투자 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