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설계~시공 총괄 관리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서부 도시 얀부. 대림산업은 이곳에 총사업비 2조원 규모의 정유 공장을 짓고 있다. 이미 2개의 패키지 가운데 1개는 5월 말 완공해 시운전에 들어갔다. 나머지 1개 패키지는 7월 말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현지 여건은 최악이다.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은 물론이고 서쪽의 홍해(紅海)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공사장인 사막의 거친 모랫바람을 이겨내며 근로자 3000여명이 연일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대림산업엔 '약속의 땅'이다. 1970년대 중동(中東) 진출의 서막(序幕)을 올린 나라다. 그동안 사우디에서만 150억달러가 넘는 수주 실적을 올리며 '달러 박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금도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공사만 1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얀부 프로젝트는 대림산업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10년 7월 수주가 확정되자 임직원들은 감격의 환호성을 울렸다. 임헌재 대림산업 상무는 "1980년대 이후 공사 수주가 끊긴 뒤 30여년 만에 다시 맥을 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가 발주한 얀부 정유 공장 프로젝트 수주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 있다. 바로 한국 건설사의 기술력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총 4개의 패키지로 구성돼 있는데 대림산업은 '산성가스 및 황 회수 설비' 공정과 '수소 첨가 분해 설비' 공장을 짓는다. 주목할 대목은 대림산업이 선진국 업체들처럼 설계부터 자재 구매와 시공 관리, 시운전까지 모두 책임지는 일괄 도급 방식, 이른바 'EPC 턴키'(turnkey)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대림산업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무재해 3000만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근로자 1000명이 하루 10시간씩 일할 경우 3000일을 안전사고 없이 일했다는 의미로 선진국 업체 못지않은 안전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공사 현장이 홍해와 접한 사막이어서 공사 초기 현장 곳곳에서 바닷물이 흘러나왔지만 신공법을 활용해 난관을 돌파한 것도 현지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대림산업은 길이 3㎞의 고무 튜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닷물을 다시 홍해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우디를 비롯한 해외 건설 시장에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림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수주 대상 지역을 중동에서 동남아, 유럽, 북아프리카까지 확장하고 있다. 석유·가스 플랜트 위주의 수주에서 벗어나 발전소와 특수 교량, 국제공항까지 공사 영역도 넓히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디벨로퍼를 목표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이철균 대림산업 사장은 "35년간 석유화학사업을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민자(民資) 발전 사업과 석유화학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프로젝트 발굴과 기획은 물론 금융 조달과 건설, 운영 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