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서도 언급 없어… 주택법 개정안, 2년째 표류
19일 낮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K부동산공인 사장은 20개가 넘는 아파트 매물(賣物) 목록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課稅)에 이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주택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무덤덤하기 때문이다. 이 중개소의 사장은 "요즘도 매일 5~6통씩 문의전화가 걸려오지만 대부분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라며 "시장을 살리려면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실행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 시장과 업계의 시선(視線)이 정치권에 쏠리고 있다. 정부가 내수(內需) 경기 회복을 겨냥해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국정조사와 새 국무총리 인선, 정부조직법 처리 등 굵직한 현안이 집중돼 있는 데다 민생 법안을 처리할 하반기 국회 상임위 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정부 노력이 이번에도 물거품이 되고 시장 혼란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정치권은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공방을 펼쳤다. 여당은 정부의 규제 개혁 필요성을 옹호했지만 야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LTV·DTI 규제 완화 발언에 대해 "이미 위험 수위에 오른 가계부채 확대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 처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7·30 재·보궐선거와 총리 인사청문회 등으로 국회가 어수선해 아직 하반기 상임위도 결정이 안 됐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법안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회에서는 여야 간 정쟁 속에 방치되는 규제 관련 법안이 수북하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용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집값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하자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2012년 6월 발의된 이후 2년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건으로도 채택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재(再)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도 올해 3월 국토교통위원회에 접수됐지만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올 연말까지 유예되고 있지만, 올해 안에 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전국 348개 단지가 부담금 '폭탄'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 사업 때 조합원에게 소유 주택 수만큼 신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도 국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재건축 조합원은 해당 사업장에서 자신이 기존에 보유한 주택 수와 상관없이 가구당 1주택만 분양받을 수 있다.
임대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향후 처리 방향이 관건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달 13일 당정 협의에서 연간 월세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집주인에게는 보유 주택 수와 관계없이 분리과세(단일 세율 14%)하고 건강보험료를 별도로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최종 처리되기까지 야당과 협의가 남은 데다 전세금에 대한 과세는 아직 논의조차 안 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정치권뿐 아니라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면서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