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설계로 진화하는 아파트 평면
한강 조망 가능한 '하남 푸르지오'과감하게 북쪽에 거실 배치해 인기
중소형 아파트도 4베이 설계가 대세 한강센트럴자이·독산동 롯데캐슬 알파룸 만들어 넣어 공간활용 극대화
건설사들이 특화된 설계 기술과 기존에 찾아볼 수 없던 차별화된 평면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주택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같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에서 '내 집'을 꼼꼼히 골라 선택하려는 실수요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양한 특화 설계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북향 거실'로 한강 조망 특화 설계
대우건설이 이달 15일 1·2순위 청약을 시작하는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 2차 푸르지오'. 총 11개 동 1066가구로 구성된 아파트의 북쪽 2개 동은 각각 1개 라인 위·아래층이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1층부터 9층까지는 거실이 남쪽을 향하고 있지만, 10층부터 28층의 38가구(101㎡) 거실은 정반대인 북쪽을 향하고 있다. 단지 북쪽으로 흐르는 한강을 거실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한 특화 설계다.
이 아파트는 거실이 북쪽인 대신 주방과 방 3개를 남향으로 배치해 부족한 채광을 보충하도록 설계됐다. 또 북쪽을 향하는 안방에는 한강이 보이도록 대형 창을 내고 그 앞에 욕조를 배치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그동안의 한강변 아파트가 거실에서 한강을 바라보기 어려웠지만, 거실은 남향이라는 인식을 거꾸로 뒤집어 이를 극복해냈다"며 "시장조사 결과 북향 거실 평면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이 지은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대형 주택형은 거실의 뒤쪽이 개방돼 있고,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거실 면적도 넓게 지어졌다. 대우건설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분양 중인 '송도 에듀포레 푸르지오' 일부 가구 역시 거실 이면을 개방하는 구조로 설계돼 바다와 공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을 넓혔다.
◇중소형 면적 특화 '작지만 넓게 쓴다'
중소형 면적 아파트는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알파룸(자투리공간)'과 '4베이(Bay)' 설계가 점차 대세가 되고 있다. GS건설이 경기 김포에 분양하는 '한강센트럴자이'(4079가구)가 대표적. 이 단지는 이달 공급하는 1차 분양분(3481가구) 중 중소형인 2468가구(84㎡) 4개 주택형에 모두 '알파룸'을 뒀다. 방과 방, 거실과 주방 사이에 버려진 공간을 가족실·자녀 놀이공간·드레스룸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이 아파트의 84㎡A·84㎡B타입(1289가구)은 알파룸뿐 아니라 4베이(bay) 평면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베이는 아파트 전면부 공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베이 수가 많을수록 발코니 확장을 통해 더욱 넓은 공간을 옵션으로 가질 수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분양하는 '롯데캐슬 골드파크 2차' 역시 84㎡ 타입에 '드림 알파룸'을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거실에 인접한 알파룸을 생활 방식에 따라 드레스룸, 서재 및 아이 놀이공간 등으로 꾸밀 수 있다.
◇수요층 다양화로 평면 경쟁 점차 심해질 듯
중대형 아파트에도 다양한 평면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생활 방식에 맞는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수요 맞춤형' 중대형(101~125㎡) 평면 11종을 개발해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101㎡ 형은 자녀방에서 공용 욕실로 이어지는 공간에 수납장과 자녀 탈의실을 만들었다. '한강센트럴자이' 100㎡(107가구)형은 전 가구가 전체 4면 중 3면에 발코니를 두도록 설계됐다.
개방감과 채광성이 뛰어난 '테라스 하우스', 조망에 특화된 '펜트 하우스' 등의 인기도 높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지난달 분양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펜트하우스(전용 141~192㎡)는 4가구 모집에 29명이 몰려 이 아파트에서 가장 높은 7.25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시장이 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소비자의 성향도 다양해짐에 따라 건설사들의 평면 전쟁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본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비슷한 입지에서는 어느 아파트가 더 활용도 높고 소비자 입맛에 맞는 설계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청약 성적이나 시세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