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 사는 장민(가명)씨는 시가(時價) 1억5000만~2억원인 아파트 3채를 월세로 놓아 한 달에 170만원을 번다. 임대소득을 따로 신고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월세를 놓는 집주인에게 세금을 매기겠다고 발표하자 불안해진 그는 세무사를 찾았다. 장씨는 자신의 세금을 문의했다가 뜻밖의 답을 들었다. "새로 세금을 내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료도 한 달에 8만원쯤 더 내야 한다"는 얘기였다. 장씨의 한 해 월세 수입 2000만원 가운데 각종 경비를 빼고 과세 대상 소득이 1000만원가량 새로 잡히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도 그에 비례해 더 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장씨는 "지금 내는 건강보험료도 한 달 18만원으로 내 형편에 비해 많은데 50%가량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내겐 너무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올해 5월부터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의 월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서면서 이들의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덩달아 급증해 월세 수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그래픽 참조〉. 월세 놓는 집주인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월세 소득 과세로 어떤 사람들의 건강보험료가 오른다는 건가.

"기준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가진 사람, 한 해 월세 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2주택자, 3주택 이상 소유자의 건보료가 오른다. 올해 5월부터 시작되는 월세 소득 과세가 이들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럼 실제로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더 내야 하나.

"예를 들어 수도권에 아파트 3채를 가지고 월세 합계 450만원에 세를 놓은 경우 건보료가 기존 297만원(연간 기준)에서 489만원으로 올라 연간 192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또 지방이라도 아파트 2채를 월 175만원에 세놓았다면 건보료를 기존보다 57만원가량 추가 부담한다〈그래픽 참조〉. 지역 가입자로 건보료를 내는 사람은 월세 소득이 얼마인지에 비례해서 건보료가 오르는 셈이다. 집주인의 주택 자체는 이미 재산으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산정할 때 반영된 상태라 늘어나는 보험료는 월세 수입에만 영향을 받는다."

―월세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2주택자, 기준시가 9억원 이하 집을 가진 1주택자도 건강보험료가 오르나?

"안 오른다. 기준시가 9억원 이하 1주택자에게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건보료에도 영향이 없다. 또 월세 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2주택자는 2016년부터 세금을 내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일정한 세율(14%)로 분리과세 혜택을 받아 건보료에 영향이 없다. 2주택자의 월세 소득이 166만원 이하이면 건보료가 오르지 않는 셈이다."

―자녀의 직장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된 은퇴자는 어떻게 되나.

"피부양자로 등록된 경우라도 과세 대상에 포함돼 임대소득이 파악되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새로 납부해야 한다. 피부양자 지위를 잃으면 월세 소득이 연간 2100만원인 경우 주택(재산)에 부과되는 건보료를 포함해 연간 300만원가량의 건보료를 새로 부담해야 한다."

―월세 소득 과세 대상인 집주인들의 건강보험료를 올린다는 방침은 결정된 것인가?

"건강보험료를 부과, 징수하는 주체는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공단이다. 건보공단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사업소득이 파악되면 자동으로 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별도의 예외 조치가 없는 한 월세 소득 과세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언제부터 건강보험료가 오르나.

"이르면 오는 11월에 발송되는 건강보험료 고지서부터 건강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