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月貰대책이 불안감 키워… 2주택자 傳貰 과세엔 당황]
2년 늦췄지만 과세방침 안 변해… 투자자들 "잠시 두고 보겠다"
다주택자는 주택 매각 고민, 세금 감면 소형주택 인기 끌듯
"세금 깎아준다고 집주인들이 당장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겠어요? 부동산 거래가 끊기고 임대 계약도 줄어들까 봐 걱정이에요."
5일 서울 마포의 H부동산중개소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월세 수익을 얻으려고 한 달 전부터 오피스텔 2채를 장만하려던 고객이 이날 전화를 걸어 "잠시 두고 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집을 사려고 했던 투자자들이 그동안 생각도 안 하던 세금을 내게 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며 "집주인들도 전·월세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몰라 계약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폭탄' 우려를 씻기 위해 추가적인 세제 지원과 과세 유예 같은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2주택 보유자에 대해 소득세 부담을 덜어주고 부과 시점을 2년 늦춘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불과 1주일 만에 보완책을 낼 정도로 허술한 정책을 발표한 것 자체가 시장에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주택 매각 고민하는 다주택자
임대업자들은 무엇보다도 소득이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집주인은 근로소득과 함께 종합과세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가령 월 임대소득이 250만원인 경우 많게는 1000만원(세율 38% 적용) 가까이 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2주택자와 3주택자 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연간 소득이 2000만원으로 같은 임대사업자라도, 월세가 55만원인 주택 3채를 가진 것보다 월세 83만원짜리 주택 2채를 보유하면 더 큰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3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소득 자체가 낮을 수도 있어 주택 숫자만으로 재산 상태를 일괄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3주택 이상 가진 임대사업자들이 주택 일부를 처분하고 임대시장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주택 3채를 월세로 임대하는 이모(58)씨는 "집값도 오르지 않는데 월세 소득까지 모두 신고하게 되면 임대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세 과세로 세입자 부담 더 커져"
정부가 2016년부터 2주택 보유자의 전세금에 대해서도 소득으로 인정해 과세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집주인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은 자산이나 소득보다 부채 성격이 강해 과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강남의 M부동산중개소 직원은 "강남은 소형이라도 공시가격이 3억원을 넘어 웬만한 전셋집 주인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새로 집을 샀지만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전세를 놓은 집주인의 세(稅)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2주택 보유자의 전셋집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면 정작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전세 공급은 더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세입자들의 거주비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규모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를 2016년으로 미룬 것도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년 뒤에는 시장이 다시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소형 주택 인기 높아지나
소형 주택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기는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초기 투자비도 적고 나중에 처분할 때 거래도 잘 되는 데다, 정부의 세제 지원도 소형 주택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임대소득이 연 1000만원 이하인 2주택 보유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월세가 83만원보다 적은 소형 주택은 세금 징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정부는 또 전용면적이 85㎡ 이하이고 기준시가가 3억원보다 낮은 전셋집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임대료가 비싼 서울 강남 이외 지역의 소형 아파트·오피스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3가구 이상 다주택자들은 보유 주택 중 일부를 처분하거나 정부가 세제 지원 혜택을 강화한 준(準)공공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정부는 준공공 임대를 위해 앞으로 3년간 구입한 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재산세와 소득·법인세도 감면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