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권 재건축 추진 중인 단지, 逆전세난 시달려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3.12.25 21:40

이르면 1~2년內 공사 시작… 임차 기간 중 집 비워야 해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 꺼려… 가격 떨어져도 매물만 쌓여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전용 51㎡)를 가진 회사원 박모(48)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아파트를 전세 매물로 석 달 넘게 내놓았지만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전세금도 3개월 전 시세(1억5000만원)보다 3000만원가량 낮췄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인근 J부동산중개소 직원은 "예전에는 주택에 대한 담보설정액이 높고 내부 수리가 안 돼 있어도 세입자들이 줄을 섰는데 요즘은 세입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전세난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전세금이 내려가고 매물이 쌓이는 '역(逆)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들이 이르면 1~2년 안에 재건축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차 기간 중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 부담 때문에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을 꺼리는 것이다.

그동안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었던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는 이번 달 대우·현대·SK건설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서울시로부터 조건부로 건축 심의를 통과한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는 내년 말 이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는 주변에 인기 학군이 몰려 있고 교통·문화·쇼핑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신혼부부를 비롯한 20~30대 세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주택 크기가 작은 데다 낡고 허름한 대신 전세금이 비교적 싼 편이어서 전세 매물이 나오는 대로 계약이 성사됐다.

하지만 최근 1~2개월 사이에 상황이 바뀌었다. 아파트 한 채당 전세금이 1000만~2000만원가량 떨어졌는데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 단지별로 10여 개씩 물량이 쌓여 있다. 올해 초 1억5500만원이었던 개포 주공1단지(전용 59㎡) 전세금은 최근 1억4000만원까지 내렸다. 내년 말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고덕주공도 하반기 들어 전세금이 1000만원 정도 떨어졌지만, 부동산중개소를 찾는 세입자는 올해 초보다 20~30% 줄었다. 개포동 G부동산공인 직원은 "작년만 해도 1년 가까이 기다려야 겨우 계약을 맺었는데 요즘은 세입자를 먼저 차지하려고 집주인들끼리 눈치 경쟁을 벌일 정도"라고 말했다.

기존 세입자들이 올해 입주를 시작한 세곡·내곡 보금자리주택으로 이주하는 것도 '역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세입자들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아파트를 찾기 시작했다"며 "다만 서울에 1억원 안팎의 전세 물량이 거의 없는 만큼 짧은 기간이라도 적은 비용으로 생활하려는 임차인들로 다시 채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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