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오르자 외곽으로 옮겨… 일부 지역 20% 가까이 급등]
서울보다 6000만원 이상 싸고 신분당선 등 교통시설 개선돼
의왕시 올 19.4% 최고 상승률, 광명·용인·과천 16~18% 올라
세종시·대구서도 전세난 가중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의 전세 시장 지형도(地形圖)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서울이 주도했던 전세금 상승세가 용인·광명·과천시 등 경기 남부권과 세종특별자치시·대구광역시 등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근에 급등한 전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서울 지역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올 들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전세금이 20% 가까이 급등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 달 새 전세금 5000만원 올라
22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기도 의왕시는 올 들어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19.4%)을 기록했다. 이어 광명(17.9%)·용인(17.6%)·과천(16.4%)시 전세금 상승세가 뚜렷했다. 올해 서울에서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성동(16.6%)·강북(14.6%)·송파(12.7%)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실제 경기 용인시 신봉마을 '동일하이빌'(112㎡)은 전세금이 3억1000만원으로 올해에만 9500만원 올랐다. 화성시 반송동 '월드메르디앙'(141㎡)은 같은 기간 2억6500만원에서 3억4500만원으로 뛰었다. 과천의 D부동산중개소 사장은 "전세금이 7000만~8000만원씩 올랐는데도 매물이 나오는 대로 계약이 곧바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서울보다 평균 6000만원 싼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주 요인은 장기화되는 전세난으로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서울 외곽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 올해 서울에서 전세금이 2억원 미만인 아파트는 총 34만1074가구로 작년 말보다 9% 가까이 줄었다.
최근에 수도권 아파트도 전세금(한 채당 평균 1억8016만원)이 함께 올랐지만, 서울의 전세금(2억4666만원)보다는 여전히 6000만원 이상 싸기 때문에 임차인으로서는 그만큼 부담이 적은 편이다. 더불어 신분당선 개통 등으로 교통 여건이 크게 나아진 데다 교육·생활 편의 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세 수요층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 작년 한 해 서울시에서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긴 인구는 35만4000명으로 경기도 전체 전입자 수(65만명)의 54.4%에 달한다. 올 들어서도 서울에서 24만9619명(9월말 기준)이 경기도로 이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114' 임병철 책임연구원은 "서울 잠실의 세입자가 분당·용인으로 이사하자 이곳에 살던 임차인이 동탄신도시로 옮기면서 전세금이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주변에 삼성·LG전자 연구소 등이 들어서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전세 시장 불안할 듯
수도권과 세종시(12.23%)·대구광역시(10.5%)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세입자들이 미분양 아파트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평균 2억4666만원)만으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 여파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3만4671가구·9월 기준)는 전달보다 6%(2232가구) 줄어 2009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세 쏠림 현상은 당분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약한 만큼 계속 늘어나는 전세 수요가 수도권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주 수요 증가로 인해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세입자들이 주택 크기를 줄이거나 시세가 좀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도미노 현상'이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