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마련까지 평균 5.3년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전세 제도는 1970년대 주거비를 아끼려는 중산·서민층과 집에 투자해 재산을 늘리려는 부유층에게 모두 유리한 임대주택 형태였다. 집값이 한 해 10~20%씩 오르던 시절, 2억원짜리 집을 1억원 대출에 1억원 전세를 끼고 사더라도, 집값이 4억원으로 오르면 대출을 갚고도 3억원을 남기는 식이었다. 전셋집에 사는 서민층 입장에서 집값의 절반 정도 수준인 보증금만 내고 살 수 있어 주거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집값이 정체기를 지나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집주인에게는 전세 제도의 이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선 집주인이 반값에 집을 내줘야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다 보니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계층도 전세 세입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전세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다 보니 지난 5~6년간 전세금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국민은행의 조사 결과 2011년 전국의 아파트 전세금은 평균 1억4140만원이었으나 올해 3월에는 1억5747만원으로 상승했다. 전세금 마련에 걸리는 시간도 2006년 약 4.4년에서 2012년 약 5.3년으로 늘었다. 일부 지역에선 전세금이 집값에 근접하면서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전세 보증금 상환 리스크를 부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