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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뜸했지"… 강남 재건축 4개 단지 분양 대전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3.11.06 03:07

[내일 분양하는 '래미안 대치 청실 아파트' 시작으로 총 3746가구 중 778가구 청약 받아]

대치 청실·역삼 자이 분양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
모델하우스 평일에도 북적… 분양 결과 집값 풍향계 될 듯

5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래미안 대치 청실'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평일 낮인데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84㎡형 견본주택 앞에는 예비 청약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고 분양 상담석에도 대기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로 가득 찼다. 이날 하루 동안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만 1200여명. 회사원 김모(48)씨는 "지난 주말에 한 번 왔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어느 주택형에다 청약할지 정하려고 다시 한 번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래미안 대치 청실’모델하우스를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아파트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전기병 기자

한동안 뜸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 시장에 '큰 장(場)'이 선다. 오는 7일 일반 분양에 들어가는 '래미안 대치 청실'을 시작으로 모두 4개 단지가 속속 청약 신청을 받는다. 연말까지 강남·서초구에 공급되는 재건축 아파트는 총 3746가구. 이 가운데 778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닥터아파트' 권일 팀장은 "강남권은 교육·교통·문화 등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 지역"이라며 "그동안 강남 재건축 단지가 집값 등락을 이끄는 '풍향계'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분양 결과가 향후 주택 시장의 움직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시설 갖춘 새 아파트에 투자자 몰려

최근 강남권 재건축 분양 시장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잠원'은 지난 9월 청약에서 99가구 모집에 2476명이 몰려 평균 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래미안 대치 청실'도 지난 주말에만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1만5000여명이나 됐다.

장기화되는 주택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이 지역에 오랫동안 새 아파트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각종 규제로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서울 강남 지역에 신규 주택 공급이 거의 없었다. '래미안 대치 청실'은 강남구에서 7년 만에 선보이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안락하고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실거주자들의 새 아파트 수요도 두껍다. 이번에 새 아파트가 지어지는 대치·역삼·반포동은 강남권 안에서도 입지 여건이 좋은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주택경기 침체가 절정이던 2010년에 분양된 '반포 힐스테이트'도 평균 8.7대1의 경쟁률로 1순위를 마감한 적이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강남의 노후 아파트는 최근 집값 하락폭이 컸지만 재건축을 통해 새로 지어진 아파트는 수요가 두꺼워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지역에 새 아파트까지 들어서면서 투자자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여전히 부담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래미안 대치 청실'의 평균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는데도 3.3㎡당 3200만원이다. 오는 12월 분양 예정인 '역삼 자이' 역시 3.3㎡당 2900만원대에서 분양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 반포동 한신 1차를 새로 짓는 '아크로리버파크' 분양가는 3.3㎡당 4100만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전용 84㎡형의 경우 분양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집값 상승 기대감도 크지 않아 주택 수요자들이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재건축 아파트의 잇단 분양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약하다. 개포동 A부동산중개소 직원은 "시세보다 500만~1000만원 정도 낮은 매물이 나오는데도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며 "매수자들이 싼 매물만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경쟁이 치열한 일반청약보다 조합원 입주권을 사들이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합원 입주 물량은 일반분양 물량 주택과 달리 동·호수가 이미 정해져 있고, 가격도 일반분양가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래미안 대치 청실'(84㎡)의 일반분양가는 11억2500만원이지만, 입주권 시세는 11억6000만원 수준(추가 분담금 포함)으로 형성돼 있다. 다만 조합원 입주권은 아파트 매매대금을 계약과 함께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부동산자문업체 '저스트알' 김우희 대표는 "그동안 사업이 지체됐던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속속 분양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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