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의 변화
부동산 침체로 아파트값 안 오르자, 서울 상수동 일대 단독 주택 주인들
지하·1~2층을 카페·주점으로 개조… 月수익 250만~300만원 정도로 짭짤
수도권 신도시엔 점포형 주택이 인기… 퇴직 앞둔 50~60대 투자 문의 늘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수역 부근의 상수동·연남동 일대 낡은 단독주택들이 카페나 주점으로 대변신하고 있다. 홍익대와 가까운 상수역 인근 당인리 사거리에서 3분 정도 걷다 보면 좁은 단독주택 골목이 이국적인 카페나 주점 거리로 바뀐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많다. 낮에는 아침과 점심을 겸한 브런치 거리로, 밤에는 젊은이들 사이의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단독주택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수요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노후 준비 목적의 수요자가 많다. 부동산 침체로 아파트 값이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단독주택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곳은 서울 홍익대 옆 상수동과 합정동, 연남동, 서교동 일대다. 이곳에서는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의 1층과 지하층을 개조한 카페나 술집들이 새로운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홍대 기존 상권은 테이블 4~5개짜리 상점의 권리금이 5000만~6000만원 정도로 너무 비싸다 보니, 상권 외곽인 상수동과 합정동의 단독주택 지하층과 1~2층을 리모델링해 가게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수동의 연면적 70㎡짜리 반지하층을 리모델링해 상점으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상수·합정동 일대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용도변경과 리모델링에 약 2000만~2500만원 정도 비용이 필요했다. 외부 천막 설치나 추가 인테리어를 하는 데는 500만원 정도가 필요했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상수동 단독주택 거리의 경우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리모델링 비용 등을 지불하고 상점을 차리겠다는 수요자가 많다"며 "실제로 집주인의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1층과 지하층을 점포로 바꿨을 때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250만~3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 상가 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상수·합정동에 대지면적이 90~120㎡ 수준인 단독주택 집값은 13억~16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상가 주택 리모델링이 가능한 집은 2년 사이 4억~5억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홍대 인근뿐만 아니라 수도권 신도시에서도 주택과 상점이 복합된 점포형 주택이 인기다. 점포형 주택은 지상 1층에 점포를 두고 2~3층에는 집이 있는 형태다.
점포형 주택은 경기 성남 판교, 용인 보정동 등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에서는 도심 접근성이 좋고 주거 환경이 쾌적한 곳에 점포형 주택이 많다. 용인 보정동에는 작은 골목길에 식당과 커피 전문점 등이 20~30여개 예쁘게 단장돼 있다. 보정동 D공인중개사무소 사장은 "점포형 주택에 투자하면 많게는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만 450만~500만원가량 들어온다"며 "매월 많은 임대료를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퇴직을 앞둔 50~60대의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정된 수익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수요층을 겨냥한 경우가 많아 주변에 비슷한 상품이 많이 공급되면 자산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선 임대 수요가 충분하고 경쟁 상품이 있는지 주변 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아파트 시장의 불황에 따른 '반짝 인기'인지, 장기적인 트렌드로 정착할 수 있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한 지역에 유사한 업종의 주택이 많이 공급된 경우에는 수익률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률을 잘 고려해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경기 회복,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함께 아파트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 투자자의 관심은 환금성이 좋고 생활하기 편안한 아파트 시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