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8·28 대책' 후 경매법정은 인산인해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3.12.23 03:06

경매시장 고가낙찰 잇따라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 내 집 마련
주변시세보다 20~30% 저렴한 경매에 몰려
지난달 경기 광명시 낙찰가율 90% 기록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 현장 모습. 경매 참가자들이 입찰함에 응찰 서류를 넣고 있다./조선일보 DB

지난달 16일 서울 북부지법 경매 법정.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주공 아파트(전용면적 49.7㎡)가 매물로 나오자 입찰에 참가한 43명이 앞쪽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 아파트의 낙찰가격은 2억488만원. 한두 달 전만 해도 두 번이나 유찰돼 감정가(2억3500만원)의 60% 수준까지 내려갔던 가격이 한 번에 제자리로 급등한 것이다.

정부의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주택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경매 법정에 투자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과 입찰 경쟁률도 크게 오르고 있다. 일부 매물은 응찰자들끼리 과열 경쟁이 벌이면서 감정가나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경매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일반 주택 매매 시장으로도 온기(溫氣)가 퍼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9일 부동산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 주택의 평균 낙찰가율은 77.2%로 지난 8월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6월 77.1%였던 낙찰가율이 취득세 감면 종료 이후 두 달 연속 주춤한 모습을 보이다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자료=지지옥션

경매에 참가하는 응찰자 수도 부쩍 늘었다. 9월 서울·수도권 주택에 대한 입찰 경쟁률은 평균 5.9대1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 시장에서 거래량을 의미하는 낙찰률 역시 38.4%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뛰었다.

경매시장에 사람이 몰리면서 고가(高價) 낙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인천지법에 매물로 나온 다세대주택(전용 37.7㎡)은 감정가(1억1000만원)보다 26%나 높은 1억3880만원에 팔렸다. 경기 고양시 48㎡형 아파트는 감정가(1억6000만원)의 112.5% 수준인 1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경매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주된 요인은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한 방법으로 경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장에 나와 있는 경매 물건을 잘 고를 경우 많게는 주변 시세보다 20~30%가량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던 세입자들이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수도권 외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이들 지역의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율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경기 광명시에서 나온 경매 물건은 평균 9.3명이 몰려 90.5%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기 오산시와 인천 동구도 평균 낙찰가율이 각각 86.2%, 80.6%를 나타냈다. 지지옥션 하유정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의 감정가격이 4~6개월 전 집값이 최저일 때 책정된 것이어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8·28 대책 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매 투자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경매에 참가하는 투자자 대부분이 자신이 직접 거주할 집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이다 보니 투자 금액이 적은 소형 주택에 주로 몰렸다. 그 여파로 9월 수도권의 60㎡ 이하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7.09%로 8월(83.4%)보다 3.69%포인트 상승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경우 자칫 실거래가보다 더 비싸게 낙찰될 수 있는 만큼 경매에 참가하기 전에 매물 입지·가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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