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부도 건설사 17곳 중 12곳이 지방 건설 업체
SOC예산 줄어 추가도산 우려
전북에서 10년 넘게 토목공사를 전문으로 해온 J건설은 최근 폐업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일감이 줄면서 매출액이 작년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 이 회사 임원 K 전무는 "매년 매출을 40억원 이상 올렸는데, 올해는 9월이 됐는데도 3억원밖에 못 했다"면서 "당장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렵고 내년엔 회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대부분의 시·도에서 상반기에 공사 1건도 수주하지 못한 건설사가 절반이나 되고, 부도 업체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어음 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건설업계 부도 업체 수는 17개로 지난 6월(10곳)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 중 지방 부도 업체 수가 12곳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올 상반기에 공사를 아예 1건도 따내지 못한 업체도 수두룩하다. 특히 경남 지역 건설사 1016곳 가운데 40%(404곳)는 상반기에 공공 공사를 1건도 따내지 못했고, 44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그나마 세종시 건설 등으로 건설 경기가 활기를 띠었던 충남 지역 역시 총 735개 건설사 가운데 45%(329곳)가 수주 '제로(0)' 상태다. 대한건설협회 강경완 조사통계팀장은 "정부 공사 대부분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발주되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폐업하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을 11조6000억원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어서 지방 건설사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해외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찾는 서울·수도권의 대형 건설사와는 달리 지방 건설사는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 공사와 주택 시장 의존도가 높아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지방 건설사의 줄도산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 경제와 지방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정부가 건설 경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하도급 업체와 건설 장비, 자재, 인력 등 연관 산업이 많기 때문에 취업 유발 효과가 매출 10억원당 13.5명으로 다른 산업(평균 12.3명)보다 크다"면서 "정부의 SOC 예산 감축에 대한 재검토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