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사이에 두고 일산신도시와 마주 보고 있는 경기 김포한강신도시는 2003년 '한국판 베네치아'란 화려한 계획을 내걸고 개발을 시작했다. 1085만㎡ 땅에 조류생태공원·문화예술단지를 짓고 올해 말까지 아파트 5만5000여가구를 들인다는 장밋빛 구상이었다.
하지만 22일 찾은 김포한강신도시에는 허리 높이까지 자란 들풀을 사이에 두고 듬성듬성 아파트 단지가 나타났다. 농수산물유통센터가 작년 말까지 들어서기로 한 곳엔 쓰레기가 쌓여 있고, 아파트 착공이 늦어진 부지는 상추밭으로 변했다.
신도시 계획이 이렇게 틀어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빚어진 극심한 부동산 시장 침체 탓이다. 2008년 9월 첫 분양 이후 줄줄이 청약 미달 사태를 빚으면서 아파트 착공도 늦춰졌다. 올해 말까지 짓기로 했던 5만5000가구 중 2만4000여가구(47%)를 지었을 뿐이다. 그나마 완공한 아파트 가운데 3000여가구는 미분양 상태다. 분양가 4억1000만원이던 전용면적 109㎡ 아파트는 3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극심한 부동산 침체는 영종·청라·별내·동탄·운정 등 다른 수도권 신도시에도 '미분양 무덤'을 만들었다. 2008년 이후 집값 하락으로 인해 증발한 수도권 아파트 시가총액만 91조원(부동산114 조사)에 달한다. 정부가 올 들어 4·1 대책, 8·28 전·월세 대책 등 각종 처방을 내놨지만 아직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2008년 이후 주택·토목공사가 줄면서 4년 동안 민간·공공 부문의 건설 투자액이 37조2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로 인해 자재·원료·서비스업 등 연관 산업 일감까지 사라져 추가로 41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4년간 총 78조2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은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가 빚은 손실이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