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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된 月貰 소득공제 얘기 꺼내니… 집주인 "월세 올리겠다"

뉴스 손진석 기자
입력 2013.09.06 03:03

월세 소득공제의 '함정'… 이용 세입자 1%도 안돼
세입자가 소득공제 받으면 집주인, 국세청 전산망에 노출
월세 소득 가산돼 세금 더 내… 월세 올리는 방향 택할 가능성
세입자, 오히려 손해볼 수도

중견기업에 다니는 장모(35)씨는 지난 6월 서울 강북에 있는 아파트를 월세로 얻었다. 보증금 1억원에 매달 70만원을 내는 조건이었다. 계약 과정에서 집주인은 월세 소득공제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소득공제를 받고 싶으면 월세를 10만원 더 내라고 했다. 이런 요구를 들은 장씨는 세무사인 친구에게 조언을 구한 다음 소득공제를 포기했다. 월세 소득공제로 아낄 수 있는 세금이 아무리 많아도 연간 50만원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전·월세 대책을 통해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월세 소득공제율을 50%에서 60%로 올리고 공제 한도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월세 세입자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정책인 것 같지만 집주인의 협조가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입자가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면 국세청이 전산상으로 집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소득 노출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월세 소득공제를 받지 말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 때문에 월세 소득공제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는 가구가 전체 월세 가구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201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월세를 사는 집은 전국적으로 352만가구에 달하는데, 국세청에 따르면 월세 소득공제를 이용한 가구는 도입 첫해인 2011년(2010년에 낸 월세에 대한 공제) 1만4939가구에 그쳤고, 2012년에는 이용자가 1만4810가구로 오히려 줄었다. 이용 자체가 저조하기 때문에 소득공제 폭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위의 장씨의 월세 조건은 소득공제를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에 실제 월세 소득공제에 따른 손익을 따져볼 수 있다. 현재 기준으로 장씨는 한 달에 4만1250원을 아낄 수 있지만, 새 기준으로 하면 이 혜택이 6만8750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집주인이 월세 소득공제를 받게 해주는 대신 월세를 10만원 올린다면 장씨는 3만1250원(10만원-6만875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소득공제를 포기하는 게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홍만영 납세자연맹 팀장은 "소득공제 확대 소식에 세입자들이 지금보다 소득공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되고, 집주인은 월세를 올리겠다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마찰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월세가 오르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월세 소득공제는 집주인의 동의 없이 세입자가 권리로 행사할 수 있고, 월세 계약이 끝나고 이사 간 다음에 신고해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전 통보 없이 뒤늦게 소득공제를 받으면 집주인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많다.

또 월세 소득공제는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의 집에 세든 사람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월세를 놓는 집주인 간에 형평성 시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 집 소유자는 임대 소득이 노출되는 반면 큰 집 소유자의 임대 소득은 계속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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