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회 통과 물 건너가]
4·1대책 약효 거의 떨어졌는데 후속 조치 지연 정책효과 반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야당 반대 속 9월 국회로 밀려
분양가 상한제 폐지案은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도 못해
수직(垂直)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 등 4·1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6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던 각종 부동산 현안들이 여야(與野) 간 대립에 발목이 잡혔다.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정치권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도입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하는 문제는 지난 25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가 열리지 못하면서 사실상 이번 국회 처리가 무산된 상태다. 소위(小委)가 열리지 못한 것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 법안과 관련한 여야 간의 이견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문제와는 무관한 이유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주 내 소위를 다시 연다 해도 소위를 거쳐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상정까지 끝내야 하는데, 이 기간이 적어도 1주일 이상 걸린다. 7월 2일 회기 종료까지 주말을 빼면 4일밖에 남지 않아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많다.
◇"국회가 악영향 끼친다"
주택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분양가 상한제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등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 폐지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은 야당 반대 속에 논의가 9월 국회로 밀렸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안은 국회 국토위 법안 심사 소위에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주택 시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6월 임시국회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4·1 대책 효과를 확산시키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오히려 실망감이 커져 시장에 악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은 4·1 대책 발표 이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곳곳에서 주택 거래가 줄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수도권 집값은 다시 하락세다. 이달 말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있고, 여기에 7월부터 본격화되는 여름 비수기가 겹치면 거래량이 뚝 끊기는 '거래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외 환경도 악화됐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방침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대출 부담 등으로 주택 수요가 더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대(對)국회 협상력도 문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의 국회 통과가 매번 늦어지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때 정책이 시행되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불확실성만 커지고 시장의 불신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4·1 대책에서 나온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안은 자칫 1년의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국회를 통과해 법이 공포된 후 6개월 뒤 시행되는데, 9월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내년 3월이나 돼야 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이동훈 정책법규위원장은 "리모델링은 기본적으로 주민 동의가 필요한 조합 사업이라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신속하게 추진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법 시행까지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주민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김재정 주택정책관은 "법 공포 후 시행 시기를 6개월이 아닌 4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공백기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 협상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2009년부터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실패만 거듭했다. 국토부는 "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경우 지난 21일 법안 심사 소위에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서울 강북권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관련된 대안도 필요하다"고 문제 제기를 해 법안 통과가 보류됐다. 여당 의원과도 정책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실수요자 외에 추가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시점인데 유인책 하나 없이 하반기를 맞게 된 심각한 상황"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등은 지금이라도 여야가 큰 틀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