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보금자리 정책'이 보금자리 위축시켜

뉴스 정한국 기자
입력 2013.06.21 03:05

민간 주택시장 침체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보금자리주택도 수도권 주택 시장의 침체를 심화한 원인으로 꼽힌다.

보금자리주택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나온 정책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5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수도권 100만가구, 지방 50만가구 건설이 목표였다.

서민들에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수도권 일대 민간 주택 시장에서는 이 사업이 '재앙'으로 여겨졌다. 소비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대신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며 임대 시장에만 머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의 50~80% 수준에 공급돼 '반값 아파트'라고도 불릴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입지도 고양·용인·파주·김포 일대에 조성되는 2기 신도시보다 더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2011년 초 공급된 서울 강남 일대의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는 시세의 절반 정도인 3.3㎡당 924만~1056만원으로 책정됐다. 2011년 12월 서울 송파구, 성남·하남시 일대에 들어서는 위례신도시의 보금자리주택은 1순위 평균 경쟁률이 40대 1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와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맞물리면서 각 지역의 침체가 현실화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고양시다. 2009~2010년 전후 고양시 일대에 원흥·지축지구(각 8600여가구)·향동지구(7994가구) 등이 잇따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약 4년여 만에 집값이 평균 20%가량 떨어졌고, 지난 3월 기준 미분양주택이 3000가구에 육박하는 상태다.

사업 추진 주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금난 때문에 수익이 나는 공공 분양 주택 비율이 높아진 것도 문제였다. 원래 장기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의 비율을 33%와 67% 선에 맞출 계획이었지만, 실제 착공된 비율은 공공분양 주택 80%가 넘었다. 민간 분양과 경쟁이 불가피한 구조였다는 것이다.

감사원도 지난 5월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대해 "분양 위주의 사업 추진으로 저소득계층을 위한 장기임대 공급물량 부족 및 민간 주택 시장을 위축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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