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출입문에 주방·욕실도 따로 사용… 임대시장 '틈새상품'으로]
-역세권·대학 주변에 많아
최근 공급 나선 건설사들 물량 10% 이상이 가구분리형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수익모델
대형1채를 소형2채로 리모델링… 임대 수익 올리는 게 가능
작년 12월 입주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뉴타운 센트레빌 2차' 아파트에는 전용 84㎡ 34가구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가구 분리형 아파트(멀티홈)로 설계됐다. 아파트 한 채를 전용 64㎡의 방 2개짜리 집과 전용 20㎡ 원룸으로 나눈 것. 두 가구는 한 집 안에 있지만 완전히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별도의 출입문이 달려 있고 주방, 욕실도 따로 사용한다. 전기·수도 계량기도 별도다.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김모(42) 실장은 "투룸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만원,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 정도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근처에 대학교와 대학병원이 있어 방이 남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는 2~3년 넘게 이어진 집값 하락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다. 하지만 가구 분리형 아파트는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건설사들도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에 가구 분리형 주택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작년 5·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중대형 아파트뿐만 아니라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도 이 평면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한 것.
롯데건설이 이달 서울 동대문구에서 공급하는 '용두 롯데캐슬 리치' 아파트는 일반 분양 129가구 중 전용 114㎡ 22가구(17%)는 전용 84㎡와 30㎡로 내부를 쪼갤 수 있도록 돼 있다. 삼성물산이 6월 서울 마포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래미안 웰스트림'도 일반 분양 물량 267가구 중 38가구(전용 84㎡)에 가구 분리형 평면을 도입했다.
김윤만 분양소장은 "투자자들이 청약에 나설 수 있도록 전체 일반 분양분의 10% 이상을 이 평면으로 채웠다"며 "주변에 임대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대학교가 많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설계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남건설은 5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 공급하는 아파트에 복층 가구 분리형 평면도 도입했다. 복층으로 된 아파트 한 채에서 1, 2층을 2가구가 나눠 쓰는 형태다. 건설업계에서도 포스코건설·GS건설·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최근 1~2년 새 잇따라 가구 분리형 평면 개발에 나서고 있다.
4·1 부동산 대책으로 수직 증축이 가능해진 리모델링 시장에서는 이 평면이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분당이나 일산 등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할 때 중대형 1채를 소형 아파트 2채로 바꿀 수 있기 때문. 최근 주택 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는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어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평면을 도입하면 한 채는 집주인이 살고 다른 한 채에서는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게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임대 시장에서는 세입자가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을 사용하거나 보안 시설이 갖춰져 있어 안심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가구 분리형 주택의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1~2인 가구가 많이 찾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 주택 등은 일부 지역에서 과밀화 현상이 나타나 주차장 부족으로 불편을 겪는 사례도 많다.
다만 주변에 대학이나 직장, 기업 등이 많아 임대 수요가 풍부하거나 출퇴근이 편리한 역세권 아파트 등으로 수요가 한정된다는 것은 단점이다.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 주택 공급이 최근 많았다는 것도 부담이다. 또 옆집에 집주인이 살 수도 있어 임차인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