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형 재건축 시장
집 커지는 만큼 가격 올라 차익 기대…實거주·임대사업 염두한 매수자에 유리
현시점에서 5년 후 입주 가능한지 확인…매수때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 꼭 따져야
재건축 일정 길어지면 이자 부담될 수도
지난 16일 여·야·정이 4·1 부동산 대책 수정안에 합의한 이후 서울 강남권 소형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양도세 면제 기준이 '6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로 정해지면서 혜택을 받게 된 아파트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주공 1단지, 잠실주공 5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은 여·야·정 합의 이후 호가(呼價)가 수천만원씩 뛰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송파구가 평균 0.92%, 강남구가 0.14% 올랐다. 재건축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매수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매수 검토할 만한 시점"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초에 비해 많게는 1억원까지 오른 시세가 부담스럽지만, 여전히 매수를 검토할 만한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가격이 저점 이라고 하긴 어려워도 세제 혜택 등을 감안하면 노려볼 만하다는 이야기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집이 커지는 만큼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시세가 10억원 내외인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 아파트를 1대1 재건축(가구 수 변화 없이 주택 크기만 재조정하는 재건축)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 아파트는 올해 초 시세 9억원 선에 비해 이미 1억원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1대1 재건축으로 가구당 면적이 최대 30% 늘어나면, 넓어진 아파트와 크기가 비슷한 주변 아파트의 현 시세인 13억원 정도까지 가격이 오를 수 있어 자기부담금을 감안해도 2억원 이상 차익이 생긴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단기 수익을 노리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사람보다는 실(實)거주를 기본 목적으로 하면서 아파트값 상승까지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매수 시점"이라며 "4·1 대책 양도세 면제에 해당하는 집은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아 주택 임대사업 등을 염두에 둔 매수자들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신중한 의견도 있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호가가 많이 오른 데다 4·1 대책의 세제 혜택 등이 끝나는 1년 후에는 아파트 값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재건축 일정이 길어지면 대출금 이자 부담만 늘어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성·기간 면밀히 따져야"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를 산다면 입주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합수 팀장은 "현시점에서 5년 정도 후에 입주할 수 있는지를 따져 보라"며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아파트는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되는데, 이후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 정도"라고 했다. 현재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가시권에 있는 단지들이 재건축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5년으로 잡은 것이다. 그는 "재건축은 투자 개념으로 일정 기간 묻어둬야 하는데, 너무 길어지면 이자 부담이 늘고 다른 곳에 투자하지 못하는 기회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용적률 등의 변수를 살펴 단지별로 수익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함영진 센터장도 "재건축은 길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소송이 불거질 수도 있고, 인허가와 관련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어 사업 추진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