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평가금액 모두 한번에 받을 수 있도록 추진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다 4년 전 퇴직한 김철식(56)씨는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가 유일한 재산이다. 자녀를 모두 결혼시켜 아내와 단둘이 사는 105㎡짜리 아파트는 요즘 시세가 7억원 정도인데, 집을 살 때 빌린 담보대출이 아직 2억원가량 남아 살림에 주름살을 안기고 있다. 김씨는 "모아둔 저축은 아들딸 결혼시키느라 다 썼는데 한 달에 80만원이 넘는 대출 이자 때문에 생활비가 부족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1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는 김씨처럼 재산이 집 한 채뿐인 50대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기 위해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의 지급 조건과 대상을 대폭 넓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주택연금의 가입 대상 연령을 60세에서 50세로 낮추고, 주택연금 평가 금액 전부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현재는 주택연금 평가액의 50%까지만 일시에 받을 수 있다.
현행 주택연금 제도에서는 김씨는 아예 연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 그런데 제도가 바뀌면 김씨는 본인 소유 주택의 가치를 주택금융공사에서 평가받아 2억원의 빚을 갚고,나머지를 연금으로 받아 생활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50대 하우스푸어의 경우 목돈이 없어 이자를 갚지 못하고, 이 것이 다시 빚을 늘리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을 6월까지 마치고 이런 방안을 시행할 계획인데, 일단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해보고 부작용이 없으면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승범 금융위 국장은 "주택연금은 원래 집을 담보로 노후 생활비를 지원하자는 취지인데, 이번에 시도하는 제도는 주로 50대 하우스푸어에게 목돈을 줘 빚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주택연금 가입 건수는 2010년 2016건, 2011년 2936건, 작년 5013건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올 들어 2월 말까지 가입 실적 총 1252건을 기록했고, 가입 금액도 171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주택연금 가입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