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급과잉 오나
지난달 중소형 아파트 30% 미분양, 2년 전 뜨거운 청약 열기와는 대조적
올들어 거래량 감소·집값도 하락, 취득세 감면 발표 후 반등 조짐도
울산 제외한 대전·광주 등 광역시도 주택 매매 가격·거래량 하락세 보여
지난달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동에서는 한 건설사가 8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 분양에 나섰다가 30%가량이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졌다.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전용면적 75~85㎡의 중소형 아파트로만 이뤄진 단지였지만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달 초 강서구 지사지구에서도 아파트 1200여가구가 공급됐지만 1개 주택형을 제외하고 전 주택형이 미달됐다. 부산은 최근 2~3년간 순위 내 마감이 속출하며 지방 분양 시장의 열기를 이끈 선두 주자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이 해운대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해운대' 아파트는 일반 분양 물량 348가구가 평균 81.45 대 1의 보기 드문 경쟁률을 기록했고, 최고 청약 경쟁률은 250 대 1을 넘었다. 부산 분양 시장의 열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기존 주택 시장도 분양 시장 못지않게 활발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부산은 2010년 아파트값이 평균 16.6%, 2011년에는 22.4%씩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부산은 올해 상반기 아파트 거래량이 1만510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2235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다만, 9월 말부터 시행된 취득세 감면 정책 효과로 최근 조금씩 거래량이 늘고있어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아파트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1~10월 아파트값은 작년 말보다 평균 0.2% 떨어졌다. 부산 주택 시장을 주도했던 해운대구도 같은 기간 아파트값이 3% 떨어졌다. 부산에서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전문가들은 부산 주택 시장이 서서히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이 가장 큰 이유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부산은 2009년 이후 올해까지 4년간 주택 공급량이 7만2000여가구에 달한다. 분양이 늘어나면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입주 물량도 1만가구가 넘는다. 내년에는 2만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부산은 하반기 들어 청약 경쟁률이 둔화되고 있는 데다 집값도 정체된 곳이 많다"며 "그동안 활황 국면에서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된 아파트가 많아 내년에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 하반기쯤에는 가격 하락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 주택 시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 안팎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던 주요 지역이 올해는 눈에 띄게 상승세가 주춤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평균 19.1%에 달했던 대전광역시는 올 들어 10월까지 1.7%가량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광주광역시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같은 기간 평균 24.7%에서 4.8%까지 떨어졌다.
부산과 마찬가지로 단기 공급 과잉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5대 광역시 중 대전·대구·광주는 지난해와 올해에만 1만4000~1만8000가구의 신규 주택이 공급됐다. 울산도 같은 기간 공급 규모가 9000가구가 넘는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팀도 최근 5대 광역시 중 울산을 제외한 4개 지역은 침체기 문턱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5대 광역시 주택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됐고, 주택 거래량도 30%가량 줄었다는 게 근거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지방 시장에 수년간 집중적으로 공급된 아파트에서 내년부터 입주가 시작된다"면서 "경기 침체에 구매력까지 떨어진 상황이고 살던 집이 팔리지 않는 등 거래까지 부진해 잔금을 치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