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6년 만에 첫삽 뜬 베트남판 강남 개발

뉴스 (베트남)=정한국 기자
입력 2012.11.15 18:47

하노이15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30분가량 달렸다. 주택 수백채가 옹기종기 모인 주거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그 너머에는 곳곳에 수풀이 무성히 자란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었다.
대우건설이 ‘떠이호(西湖)’ 서쪽 일대에 조성하는 신도시 ‘스타레이크 시티’ 부지다. ‘떠이호’는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다. 서종욱 사장은 이날 착공식을 열고 베트남 응웬쑤언푹 부수상 등과 함께 첫 삽을 떴다.

서울 여의도 3분의 2에 달하는 207만㎡(63만평)에 상가·오피스·호텔, 행정단지와 주거단지 등이 건설된다. 총사업비 25억2800만달러(2조8000억원)가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서종욱 사장은 “서울이 발전하면서 배밭이었던 강남 압구정동이 지금의 모습처럼 바뀐 게 하노이에서 재현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 ‘하노이판 강남 신도시’ 개발
착공식이 열리기까지는 16년이 걸렸다. 1996년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 외곽에 경기도 분당, 일산 같은 신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베트남이 동남아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미리 교두보를 건설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1998년 외환 위기와 대우그룹 해체 등으로 한동안 사업이 중단됐다. 2006년 베트남 정부가 투자 허가를 승인하면서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듯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건설 경기 침체가 닥쳤다.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렸던 건설사 4곳이 사업에서 손을 떼는 일도 있었다.

대우건설이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하노이판 강남 개발’이라고 부를 만큼 좋은 입지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베트남 정부와 신뢰를 쌓아와 알짜 부지를 확보했다. 스타레이크 시티 부지는 하노이 시청이 있는 도심으로부터 북서쪽으로 불과 5㎞ 거리다. 인근 부지에는 한국대사관 등이 들어서는 외교 단지와 공원 등이 조성 중이다.

떠이호 주변에는 외국인들이 사는 고급 빌라와 호텔 등이 들어섰다.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지하철역도 부지 내에 생긴다. 신도시 이름은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별과 호수에서 따왔다.

은왱 김 랭(Nguyen Kim Lan) 하노이 도시개발관리국장은 “스타레이크 시티 부지는 원래 농지가 대부분으로, 현재 하노이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곳으로 꼽힌다”며 “도시 개발이 향후 계속 진행되는 만
큼 한국 건설사 등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주거·행정 복합도시 추진
하노이는 도심 과밀화 현상이 심각하다. 현 650만 인구에 매년 15만명 이상이 늘어난다. 도심 땅값은 3.3㎡(평)당 5000만원 안팎까지 오른 곳도 나와 재개발·재건축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노이는 2030년까지 도시 면적을 지금의 3배인 3344㎢(경기도 3분의 1)까지 늘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스타레이크 시티를 상업·문화·행정·주거 등 복합기능을 갖춘 신도시로 개발한다. 50층 이상의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해 쇼핑몰, 오피스빌딩, 고급 빌라, 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짓는다. 베트남 건설부 등 정부 부처 8곳이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행정단지도 마련한다. 그간 국내 건설사들이 주거 기능 중심의 해외 신도시를 지은 것과 다른 점이다.

사업 성패는 ‘베트남의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 것이냐, 또 이에 얼마나 탄력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프로젝트는 대우건설이 100% 지분을 갖고 사업시행사가 되는 투자개발사업이다. 상업·업무용지 등을 외부에 분양해야 수익을 올리고 사업을 꾸릴 수 있다.

베트남은 200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에 달했다. 작년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지는 등 침체를 겪고 있다. 하노이 시내 미분양 주택은 4만5000여가구에 달한다. 이권상 신도시사업 법인장은 “신도시 부지를 단계적으로 개발하면서 공급량과 시기를 탄력적으로 운용해 경기 침체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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