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 인천 2만1200가구
치열한 '분양 대전' 벌어질 듯
지난 2일 SK건설과 호반건설이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일대 '배곧('배우다'는 뜻) 신도시'에 문을 연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픈 이후 사흘간 방문객만 3만명을 웃돌았다. 이곳에서는 7일부터 아파트 2856가구의 동시 분양이 시작됐다. 배곧신도시는 490만㎡ 면적에 주택 1만9600가구 규모로 시흥시가 글로벌 교육·의료·관광 도시로 개발하는 곳이다. 시흥에 사는 김모(49)씨는 "거의 10년 만에 나오는 새 아파트여서 관심이 많다"면서 "요즘 집값이 바닥이라는 얘기도 많아 분양을 받아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이 분수령이다'. 최근 주택시장의 눈과 귀는 11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정부가 '9·10대책'을 발표한 이후 건설사들이 본격적으로 미뤄왔던 새 아파트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사실상 올해 분양시장이 문을 닫는다는 점에서 업체들은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11월 분양 결과에 따라 주택시장이 대선 이후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7일부터 청약에 들어간 배곧신도시와 16일 2차 동시분양의 뚜껑을 여는 화성 동탄2신도시의 흥행 여부가 향후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에만 전국에서 공급될 새 아파트는 3만여 가구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11월 공급량은 2만1200여 가구로 전체의 70%쯤 된다. 서울 3800가구, 경기 1만5500가구, 인천 1800가구 등이 예정돼 있어 수도권 곳곳에서 소비자를 잡기 위한 치열한 '분양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 중심으로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분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수도권 분양 물량 중에서는 시흥 배곧신도시 외에 동탄2신도시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의 후광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인천 송도, 서울 도심에서 대형건설사가 내놓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동탄2신도시에서는 오는 16일부터 한화건설·계룡건설·금성백조주택·㈜대원 등 4개 건설사가 아파트 3456가구를 2차 동시 분양한다. 지난 8월 5개 건설사의 4103가구 1차 동시분양 때보다 입지는 더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1차 동시분양 때는 불황 속에서도 최고 2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성공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에서는 대림산업·삼성물산·GS건설·현대산업개발 등 이른바 드림팀이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1구역 텐즈힐 1702가구를 내놓는다. 일반분양은 602가구다. 교통이 편리해 도심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다. '교육 특구'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삼성물산이 청실아파트 재건축으로 '래미안 대치청실' (1608가구) 122가구를 이르면 12월 일반 분양한다. 인천 송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이달에 1861가구 규모의 '더샵 마스터뷰' 아파트를 분양한다. 송도에서 골프장과 바다 조망이 가장 좋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연말 분양에서는 '불황에 강한 아파트'를 겨냥한 청약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 향후 개발 재료가 풍부한 곳 등을 위주로 청약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팀장은 "지금 분양시장에서는 입주가 시작될 3년 후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입지보다 가격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치솟는 전세금이 부담스러운 실수요자라면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의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아파트를 살펴보면 좋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에 나서기 전 관심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나 기존 아파트를 함께 살펴보는 것도 좋다. '9·10대책' 시행으로 연말까지 주택 취득세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이 적용된다. 미분양 아파트는 대대적으로 할인하는 곳이 많고 기존 집값도 하락세라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수도권 신규 분양물량이 많은 만큼 지역별로 향후 공급 과잉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며 "가급적 경기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어느 정도 검증된 지역의 아파트라면 내 집 마련 관점에서 청약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