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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분양시장은 지금…] 현대重·현대차 성과급 덕에… 울산 집값 들썩

뉴스 울산=박수찬 기자
입력 2012.09.24 03:14

[가을이면 술렁이는 울산]
최근 3년간 주택공급 부족에 지역 대기업 직원 수요 탄탄
가계소득 대비 집값 낮은 편, 베이비부머들 은퇴대비 투자… 자녀증여용 소형 수요도 많아

"현대차, 현대중공업 같은 대기업이 성과급을 줄 때면 정말 전화기가 뜨거워질 때까지 전화가 옵니다. 최근에도 그랬어요. 목돈을 가지고 아파트를 옮기려는 사람들,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놓으려는 문의죠."

지난 21일 울산 남구 신정동의 D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난 이태경 매니저는 "열기가 한풀 꺾인 부산과 달리 울산 주택시장은 대기업 직원들의 탄탄한 수요 때문에 활황"이라며 "퇴직을 앞둔 베이비부머들의 투자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업 1번지 울산의 주택 시장이 뜨겁다. 울산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 평균 8.6% 올라 전국 광역시·도 중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대형 아파트는 미분양도 일부 남아있지만 중소형은 매물을 내놓기가 무섭게 거래된다. "울산에서 24평(79㎡)은 24시간 만에, 31평(102㎡)은 31시간 만에 팔린다"는 농담까지 생겼다.

19일 울산 남구 신정동 신정푸르지오 분양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분양이 끝난 평형에는‘분양 마감’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박수찬 기자

울산 시장이 호황인 이유는 지난 3년간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006년까지 매년 1만5000여가구 안팎 공급됐던 신규 주택은 2007~08년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으며 2010년엔 5000가구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2년 이상 신규 주택 공급이 급감하면서 수요 초과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최근 40~50대 베이비부머까지 가세해 주택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울산에서는 올해에만 7000여명의 베이비부머가 퇴직할 예정이다. 울산 인구 중 베이비부머의 비중은 20%로 전국 광역시·도에서 가장 높다.

실제 대우건설이 울산 북구 진장동에서 분양을 앞둔 '블루마시티 2차 푸르지오' 아파트(1270세대) 모델하우스는 개장도 전에 중년 직장인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횟집이 늘어선 해안가로 동구나 남구처럼 전통적인 주거 단지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그런데도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대기업 직원들이 세컨드 하우스로 관심을 갖고 꾸준히 문의해온다"(대우건설 허철태 과장)는 것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분양한 1차(738세대)의 경우 모델하우스를 열고 3일 만에 1만명이 다녀갔고 평균 청약경쟁률이 3.4대1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았던 자동차·중공업 등의 대기업들이 푼 성과급과 중간정산 퇴직금도 울산 지역 집값을 끌어올렸다. 유곡동 '인재공인중개사무소' 박영숙 대표는 "전세금이 매매가의 70%까지 올라 가을에 성과급이 나올 때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가 많고 이미 집을 보유한 사람도 새 아파트로 옮겨가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2011년 울산지역 기업들이 대거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자 풀린 돈이 오피스텔 투자로 몰려 오피스텔 분양사무소에 수백m씩 줄이 생기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에는 "울산 부동산은 가을, 수원(경기도) 부동산은 봄"이라는 말이 있다. 울산 지역 대기업들은 가을에,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는 겨울에 성과급을 풀면서 부동산 시장을 띄운다는 뜻이다.

울산은 광주광역시에 이어 가계 소득 대비 주택 가격과 주택대출상환 부담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베이비부머가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소형 아파트를 사주는 경우도 많다. 분양대행사 유성의 신종선 상무는 "울산에서는 잔금을 내고도 비워놓는 아파트가 많은데 대부분 부모가 자녀들에게 사주는 경우"라고 말했다.

울산은 최근 신규 주택 공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연말 이후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 팀장 "지난해 부산, 대전 등 지방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울산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며 "구매력을 가진 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중소형 시장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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