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용지, 대부분 지역서 60~100% 분양]
층수·가구수 제한 완화돼 단독주택용지 수익성 높아져, 아파트 싫증 실수요자도 몰려
유동인구 증가 기대감에 상가용지 투자도 인기
3개월 전인 지난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강원도 원주시 '강원혁신도시'에서 단독주택 용지 63필지를 내놨다. 당초 100% 마감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무려 3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完販)'으로 끝났다. 특히 LH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대목은 점포 겸용 주택 용지 2필지. 1층을 상가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는데, 무려 1400명 이상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730대1까지 치솟은 것. 현재 원주에서는 21만8000㎡(6만6000평)의 단독주택 용지가 총 975억원에 모두 팔린 상태다.
◇새 투자처 혁신도시 단독주택 용지
원주는 평창동계올림픽의 호재를 갖고 있는 지역이라 그렇다 치자. 다른 지역의 단독주택지는 어떨까. LH가 추진하는 9개 혁신도시의 전체 120만㎡(36만평) 규모 단독주택 용지에만 5400억원이 몰렸다. 경북·경남·제주·전북 혁신도시의 단독주택 용지도 99~100% 매각이 끝난 상태다. 분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매각률이 낮은 울산과 충북 혁신도시에도 실수요자, 투자자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단독주택지 선호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인 셈이다.
수요자들이 단독주택지를 앞다퉈 사는 이유는 뭘까. 강원 원주시에 사는 박은희(44)씨는 1억2000여만원에 강원 혁신도시에서 80평 규모 주거용 단독주택 용지를 구입했다. 박씨는 아파트 생활에 지친 나머지 단독주택으로 선회한 케이스다. "정부 계획으로 조성돼 기반시설이 잘 갖춰질 것 같고 가족들이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사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투자처로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의 주류인 아파트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면서, 가격은 약세다. 반면 단독주택은 정부가 층수·가구수 제한을 완화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김성욱 LH 광주·전남 혁신도시 보상판매부장은 "지방엔 혁신도시를 제외하고 개발 호재가 많지 않다"며 "아파트 시장 불황으로 투자처를 찾던 개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땅을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상업시설 용지 투자도 꾸준
상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상업업무 용지나 편의점·학원 등을 지을 수 있는 근린생활 용지에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혁신도시에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정부는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 등 4만5900명이 이주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변에 공급된 아파트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광주·전남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전남 나주에서는 지난 5월 말 근린생활 용지 36필지(2만2500㎡·6800평)에 1000명이 넘는 투자자가 몰렸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박영빈(48)씨도 지난 6월 나주에서 9억여원에 5층 이하 상가건물을 지을 수 있는 근린생활 용지 160평을 구입했다. "혁신도시 같은 개발 지역에서 땅을 구하려는 수요가 많아 5대1의 경쟁을 뚫고 땅을 확보했어요. 또 다른 투자자나 실수요자를 찾아 땅을 팔 생각입니다."
광주·전남뿐 아니라 제주와 전북 혁신도시에도 남은 상업업무 용지가 없고, 대구·경북·경남·충북 혁신도시 땅도 60% 이상이 주인을 찾은 상태다.
◇개발 기대감에 투자 몰려
불황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 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개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는 LH와 한국전력 등 정부 산하 공기업·출연기관·연구소 등 113개 기관 본사가 올해부터 서울과 수도권에서 이전을 시작한다.
분양도 활발하다. 전국 혁신도시에는 올해 아파트 31개 단지, 2만3214가구가 공급된다. 이미 원주, 대구 동구, 울산 중구 등 혁신도시 예정지는 아파트값이 최근 1년 새 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국토부도 정부 재원으로 4000억원을 투입해 공공기관 이전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혁신도시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시켜 지방의 경기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주거복지연대 장성수 전문위원은 "큰 개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이 몰리고 투자가 이뤄지는 혁신도시는 불황기에도 지방 경제를 움직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에 나서기 전 지역에 따라 개발 속도나 사업 내용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가 몰리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또 이전 기관 직원들이 가족을 동반하지 않고 '단신 부임'하면서 인구가 생각만큼 모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