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쌍용건설 무너지면 제2 호황 해외건설 시장 타격

뉴스 유하룡 기자
입력 2012.09.04 03:17 수정 2012.09.04 19:11

상반기 해외서 300억 흑자… 수십억달러 추가 수주 놓칠 위기
2007년부터 벌인 매각 작업 번번이 실패해 위기에 몰려
6일까지 자금 지원 안되면 국내외 건설현장 130곳 스톱
협력업체 1400곳 부도 위험

시공능력평가 13위의 쌍용건설이 자금난으로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와 부동산 경기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국내 100대 건설사 중 30곳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으로 쓰러진 마당에 재벌 계열사가 아닌 건설업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쌍용건설마저 넘어진다면 시장에 미칠 파장이 어느정도일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은 1977년 창사 이후 전 세계 20개국에서 128개 프로젝트, 10조원 규모 공사를 수행한 글로벌 건설사다. 특히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샌즈 호텔 등 세계 고급 건축물 시장에서는 글로벌 '톱3'에 든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높은 인지도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디폴트되면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크지만 최근 제2의 호황을 맞고 있는 해외건설 시장의 경쟁력 약화와 국가 신인도가 추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최근 3년간 해외에서 순수하게 벌어들인 외화만 3000억원에 달하고 현재 수주를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만 96억달러어치에 달한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외 현장 가동 중단은 물론이고 수주 협상도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 현장 등 국내외 건설 현장만 130여곳에 달하는데 유동성 지원이 없으면 정상적인 공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협력업체 1400여곳도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이 위기에 몰린 최대 이유는 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가 2007년부터 진행한 기업 매각 작업이 번번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규모를 1조1000억원에서 5000억원대로 줄이고, 미분양 주택도 3000여가구에서 대형 건설사 중에서 최저 수준인 370가구로 줄이는 등 자구노력을 벌여왔다. 하지만 자본금이 1400억원대에 불과해 획기적인 자본 확충 없이는 자력 생존이 힘든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은 올 상반기에도 해외공사에 있어서는 300억원 이상 흑자를 냈다. 게다가 수십억달러의 추가 공사수주가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 해외공사 물량마저 놓친다면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해외공사가 중단되고, 추가 공사 수주가 불가능질 경우 앞으로 쌍용건설이 회생한다고 해도 해외공사 쪽에서는 회복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신인도가 생명인 건설사로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셈이다.

자산관리공사는 다섯번째 매각에 실패한 이후 채권 금융기관과 2000억원 규모의 협조융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 간 이견으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협조융자가 이뤄지면 경영 정상화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현재 국내외 수주 잔고만 7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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