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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열풍 불던 부산도 미달… 일부 지방 공급과잉 우려

뉴스 정한국 기자
입력 2012.08.24 03:10

[5대 광역시 주택시장 판도 변화… 지역 따라 차별화 현상]
부산·대전 집값 상승률 뚝 - 투자·실수요자 타 지역으로 빠져
작년까지 청약 열풍 불었지만 올해 거래량은 반 토막 수준
대구·광주·울산은 양호한 편 - 2~5년 전부터 공급 뜸해져
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 80% 육박 "개발 호재 등에 청약 성패 갈릴 것"

지난달 말 부산 주택시장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올해 부산의 최대 유망 단지 중 하나로 꼽히던 대연혁신도시 A아파트(1060가구)의 계약률이 40%대에 그친 것. 당초 이 아파트는 3.3㎡당 분양가가 918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100만원쯤 싸고 조망권도 뛰어나 높은 계약률이 기대됐었다.

부산은 작년까지 세종시와 함께 지방 청약 열풍의 진원지였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80대 1을 넘는 아파트도 나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이영래 부산지사장은 "혁신도시 분양 결과는 부산 주택시장의 침체 조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하반기에도 신규 공급이 많아 불황의 그늘이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7월 말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에 문을 연 ‘유니버시아드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에서 주택 수요자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지방 청약시장은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하반기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주택거래량이 줄면서 부동산 침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수도권에서 시작된 부동산 침체의 그림자가 지방 대도시로 남하(南下)하기 시작했다. 주택거래량이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지역이 나타나고 집값 상승률은 확연하게 꺾였다. 아직 분양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도 지역별로 차별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방도 주택거래량 급감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 조짐은 주택거래량과 집값 상승률 등 2가지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3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22.4% 올랐던 부산 집값은 올해 7월까지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전은 지난해 집값이 19.1% 뛰었지만, 올해는 -1.1%로 오히려 떨어졌다. 광주광역시도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이 24.7%에서 4.3%로, 대구는 14.9%에서 4.4%, 울산은 17.6%에서 8.1%로 각각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작년 말로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고 올해 글로벌 재정 위기와 국내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주택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 집값이 단기간에 크게 오른 것도 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주택거래량은 대전이 1만165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부산과 광주가 30% 이상, 대구는 25%, 울산도 13%쯤 주택거래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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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약시장은 아직 활발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일반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부산이 9.21대 1, 광주가 7.13대 1, 울산이 4.28대 1, 대구가 2.89대 1이었다. 건설사들도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의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수도권 대신 지방 5대 광역시에 주택 공급 계획을 짜고 있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청약경쟁률만 놓고 보면 부동산 경기가 좋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하지만 지방도 침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전, "공급 과잉 우려"

최근 침체 조짐을 보이는 대표적인 곳이 부산과 대전. 두 지역은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산은 2009~2011년 3년간 분양 물량이 3만4811가구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2만3000가구 이상이 무더기로 공급됐다.

공급 증가로 부산은 미분양 아파트도 쌓이고 있다. 2011년 4월(2305가구) 최저점을 찍은 후 지난달에는 5630가구로 배 이상 늘었다.

대전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3년간 2만 가구 이상 새 아파트가 분양됐다. 5대 광역시 중 부산 다음으로 많은 공급량이다. 여기에 인근 세종시로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빠져나가면서 신규 공급 물량을 소화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하반기에도 부산과 대전에는 각각 6300여 가구, 2500여 가구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여기에 1~2인 가구를 겨냥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점도 부담이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올 들어 5대 광역시의 주택 인허가 실적은 30% 이상 늘어났다"면서 "지방은 수도권과 달리 수요층이 얇아 공급 물량을 받쳐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구·광주·울산, "아직은 괜찮아"

부산·대전을 제외한 대구·광주·울산 등 3개 광역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대구는 2010년 이후 분위기가 호전됐다. 2010년 7월 1만6000여 가구에 달하던 중대형 위주의 미분양 아파트가 2년 만에 5000가구대로 줄었다. 건설사들이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에 나서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광주광역시는 4~5년 전부터 주택 공급이 뜸했고, 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도 80%에 육박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잠재 실수요자가 많다. 전·월세로 임대소득을 기대하는 투자자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울산은 소득수준이 전국 1위인 만큼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많다는 게 장점이다. 2010년 이후 주택 공급이 뜸했다. 상대적으로 사업 속도가 빠른 우정혁신도시의 개발 호재도 이어지면서 혁신도시 주변 청약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지역들도 앞으로 100% 청약 성공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공급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개 광역시의 경우 올 들어 7월까지 1만8000여 가구가 공급됐고, 하반기에도 1만5000여 가구가 추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이 지역들도 앞으로 단지별로 개발 호재나 교통 여건 등에 따라 청약 성패가 뚜렷하게 갈릴 것"이라며 "예비청약자들이 분양가가 저렴한지, 대출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은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최대한 안전한 청약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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