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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서부이촌동)보상안 또 연기… 단계개발에 발목잡힌 용산(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뉴스 유하룡 기자
입력 2012.08.17 03:15

최대주주인 코레일 새 이사진 "보상재원 마련에 현실성 없어"
"5년이나 보상 기다렸는데…" 서부이촌동 주민들 강력 반발
사업 실무회사 내부 보고서 "단계개발, 법적으로 불가능… 사업비도 4조원 더 늘어나"

건국 이래 최대 프로젝트로 꼽히는 30여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서부이촌동 사유지 보상 문제로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서부이촌동 보상 대책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최대 주주인 코레일 측 이사 3명이 반대해 심의가 유보됐다. 보상 대책안 유보는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다. 코레일 측 이사진은 "보상 재원 마련에 현실성이 없다"며 보상을 3년 정도 연기하는 단계적 개발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철도정비창 앞에서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용산 역세권의 조속한 개발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은 주민 보상 등의 문제로 인해 예정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뉴스1

2007년 이후 5년이나 보상을 기다려온 주민들은 "더 이상 연기는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도 '선(先)보상, 후(後)사업승인' 입장이어서 사업이 장기 공전(空轉)하거나 최악에는 무산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단계적 개발 논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당초 코레일 소유의 철도정비창 터(약 40만㎡)만 개발하는 것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2007년 8월 말 서부이촌동 일대 사유지 12만㎡를 통합 개발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코레일과 서울시, 드림허브,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드림허브에 새로 파견된 코레일 측 이사 3명이 지난 4월 말 보상 재원 마련 방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업이 스톱됐다. 개발 사업 실무를 맡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은 랜드마크 빌딩 등 새로 지을 주요 건물 3개 동의 매출 채권을 유동화해 5조6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해 보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 이사진은 "금융권 자금 지원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대안으로 단계적 개발론을 내놓았다. 철도정비창 터부터 개발해 나온 자금으로 서부이촌동 대지를 보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본지가 16일 입수한 용산역세권개발㈜의 내부 검토보고서는 "통합 개발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계적 개발이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통합 개발보다 사업성도 나빠 현실성이 없다는 게 요지다.

드림허브는 서부이촌동 통합 개발을 전제로 주민 54%의 동의를 받아 서울시로부터 사업 지구 지정을 받았다. 단계적 개발은 주민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끼치는 원천적 조건 변화에 해당해 이미 받은 주민 동의서가 무효가 되면서 지구 지정 효력이 없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계적 개발을 하면 보상비 지급 시기가 당초 내년 7월에서 2017년 1월로 3년 이상 늦어진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다시 동의를 받는 것 자체가 힘들다"면서 "사업 완공 시기도 2020년으로 3년쯤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땅값 이자와 공사비 증가 등으로 사업비도 4조원쯤 늘어난다. 최악에는 서부이촌동 대지가 사업 지구에서 빠지면 사업 수익은 최대 10조원쯤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한강 조망권이 사라져 새로 짓는 건물 분양 가격이 당초보다 10% 이상 떨어진다는 것이다.

◇2500억원 증자 문제도 쟁점

코레일 측은 증자 문제를 놓고도 다른 출자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현재 25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 발행 방식으로 증자를 추진 중이다. 대다수 출자사는 경기 침체로 증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증자에 참여하는 기업에 향후 신축할 건물의 시공권을 우선 배정하는 조건으로 제3자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 상태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시공권 우선 배정을 조건으로 증자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반대하고 있다. 코레일 측은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 증자에 참여할 다른 기업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출자사들이 지분율대로 CB를 인수하자"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코레일 측이 공시 지가로 8000억원대에 불과한 땅을 8조원에 팔아 10배쯤 땅장사를 해놓고 이제 와서 단계적 개발론을 내세워 주민 보상 문제를 외면하려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드림허브 측은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보상 대책안을 재심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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