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땅콩·복층·테라스형… 오피스텔의 무한 변신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2.06.28 03:09

소비자 욕구에 맞춤식 평면 - 한 채 속에 똑같은 2개 공간, 가변형 벽체로 거실·방 분리
업무용서 주거용으로 확대 - 정원·북카페·운동센터 갖춘 대단지 오피스텔도 나와
"부대·편의시설 너무 늘어나 전용면적 줄고 분양가 올라"

오피스텔 한 채가 가운데 벽면을 사이로 평면, 크기, 모양이 똑같은 2개의 주거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마치 껍질 안에 두 개의 땅콩이 붙어 있는 것과 비슷해 ‘땅콩 오피스텔’로도 불린다. /부티크646 제공

27일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짓는 오피스텔 '부티크 646' 모델하우스. 한 40대 여성 고객이 39㎡(12평) 크기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유는 오피스텔답지 않은 평면 설계와 구조 때문. "현관문 뒤로 또 다른 작은 문 2개가 나오더군요. 또 그 안에 주택과 평면이 똑같은 2개의 주거공간이 분리·설치돼 있었어요. 놀랐죠." '부티크 646' 분양 담당자는 "오피스텔 한 채를 가운데 벽면을 중심으로 출입구와 화장실, 배관을 모두 쌍둥이처럼 양옆으로 나란히 배치한 '듀플렉스(duplex house)'로 설계했다"며 "오피스텔 하나를 분양받아 한 곳은 주거용이나 사무실, 나머지 하나는 임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이 팔색조처럼 변신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직사각형 평면에서 땅콩형·복층형·테라스형 등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맞춤식 평면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 업무용으로만 국한됐던 용도가 이젠 주거용으로 확대되면서 정원·북카페·미팅룸 등 입주자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것도 특징이다. 부동산투자자문업체 '저스트알' 김우희 대표는 "좁은 공간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도록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1~2인 가구만 거주하는 곳으로 생각했던 오피스텔에 3~4인 가구나 2개 가구가 함께 생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대 상품으로만 여겨졌던 오피스텔이 실거주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대형·발코니 설치·대단지 오피스텔 등장

최근 평면개발의 특징 중 하나는 1인 가구 위주의 일반 오피스텔과 달리 3~4인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주거공간이 넓어졌다는 점. 다음 달 경기도 판교신도시에서 분양되는 '판교역 SK 허브'는 기존 오피스텔에서 보기 힘든 전용 85㎡(25.7평)형 52개 실(室)이 들어선다. 방 3개, 욕실 2개로 꾸며져 1인 가구 위주의 일반 오피스텔과 달리 2~3인 한 가족이 사용해도 충분한 구조다. 한화건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선보인 '상암 한화 오벨리스크'는 39㎡형 주택에 가변형 벽체를 설치, 한 개 공간을 거실과 방으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던 피트니스센터·실내 골프연습장뿐 아니라 대형 정원에 비즈니스룸·북카페·세탁물 서비스룸까지 갖춘 1000실 이상의 대단지 오피스텔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에 들어서는 1200실 규모의 ‘송파 푸르지오 시티’는 주택 내부를 ‘L자(字)’형으로 만들어 거실과 침실을 분리하고 창문을 두 곳에 설치하는 효과를 얻었다(사진 위). 최근 서울 신촌에 선보인 ‘자이엘라’는 지상 23층에 북카페를 만들어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대우·GS건설 제공

GS건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공급한 '자이엘라'에는 최상층(지상 23층)에 피트니스 시설과 북카페가 들어서고, '판교역 SK 허브'에는 오피스텔 3개 동(棟)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정원을 조성했다.

'자투리 공간'을 테라스로 활용하는 것도 최근 오피스텔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새 트렌드. 대우건설이 최근 경기도 광교신도시에 공급한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일부 주택에 5.4~25㎡ 규모의 테라스를 설치, 입주민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빨래 건조 장소는 물론 개인 체력단련 시설을 갖출 수도 있다. 작년에 현대엠코가 분양한 '판교 엠타워' 역시 지상 6층에 조성된 공용 테라스에 작은 정원과 운동시설을 갖췄다.

◇"줄어든 전용면적, 높아진 분양가도 따져봐야"

새로운 평면과 각종 편의시설은 20~30대 젊은이층을 오피스텔의 주 수요층으로 변모시키는 중이다. 물론 단점도 여전하다. 부대·편의시설이 너무 많이 들어선 나머지 주택의 실거주면적 비율이 낮아지고 분양가가 올라 투자자의 임대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서울 지역에 공급된 오피스텔의 3.3㎡당 분양가는 1500만원 안팎으로 전용면적 기준으로는 3.3㎡당 3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오피스텔의 전용면적 비율은 입주민이 실제 거주를 결정할 때 편의시설, 임대료와 함께 따져보는 중요한 요소"라며 "투자자로서는 세금 부담과 투자 리스크를 감안해도 은행 금리(연 3.5~4%)보다 높은 임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제의 뉴스

강남 고급 아파트 옆 빈민촌 '구룡마을' 기구한 역사, 재개발 갈등에 불법 망루 오른 주민들
[이주의 분양단지] 노원 '서울원아이파크' 등 전국 9개 단지 9642가구 분양
서초·강남, 서울 부동산 계급도 꼭대기...'강남 4구' 자처한 강동·동작은 10위권
평생돌봄 서비스가 덫이 된 실버타운의 파산
서울역과 수원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가 찾은 7억대 초품아 전셋집

오늘의 땅집GO

평생돌봄 서비스가 덫이 된 실버타운의 파산
서울역, 수원 출근 맞벌이 부부가 찾은 7억대 초품아 전셋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