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경매 재테크 성공하려면
처음엔 전문가 도움 받는 것이 안전 직장인은 1억 미만 소액 투자가 적당
하자 있는 물건 복잡해도 수익률 높아 응찰 전에 현장답사로 정보수집 필수
"우리 집에선 지금 3명이 돈을 벌어요. 저, 아내, 그리고 경매가 돈을 벌죠.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경매 투자를 하면서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면 위험해요. 초기에는 가외 수입을 얻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소 사무장으로 근무하는 안진호(43)씨. 그는 부동산 경매를 통해 매년 1~2건씩 부동산을 사고 있다. 2003년부터 경매에 입문해 지금까지 낙찰받은 물건이 10여건에 달한다. 경매 투자로 번 수익은 2억원이 조금 안 된다. 그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빌라 전셋집을 얻어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동네 아파트 한 채와 빌라 한 채, 상가 2개까지 8억~9억원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안씨는 "경매로 수십억원 '대박'이 난 것은 아니지만 경매를 통해 종잣돈을 마련한 덕에 조금씩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며 "경매는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씨에게 직장인의 경매 재테크 노하우를 들어봤다.
◇초기에는 잘 아는 동네에 투자해야
안씨가 본격적으로 경매 투자에 나선 건 2003년. 경매 정보 업체를 통해 8주일짜리 실전 경매 강의를 듣고 경매를 시작했다. 처음 낙찰받은 물건은 안씨가 살던 집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방 두 칸짜리 빌라였다. 6000만원을 써내 낙찰받은 뒤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자마자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아 2개월 만에 7400만원을 받고 되팔았다.
그는 현재 스스로 기본적인 경매 입찰 서류 작성이나 권리 관계 분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경매 전문 업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안씨는 "초기에는 수수료를 약간 내더라도 전문가 손을 빌리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투자 물건도 내가 가장 잘 아는 동네 주변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경매에서 자신감을 얻은 안씨는 이듬해 경기도 용인 처인구의 빌라를 3600여만원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경매는 사실상 실패였다. 낙찰받은 세입자가 집을 빼주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5~6개월 시간이 흐르면서 수익도 줄고, 각종 수수료와 경비를 제하고 나니 남는 돈이 없었다. 그는 "경매로 항상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손해 보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인은 1억원 미만 투자처 찾아야
그는 2006년부터 경기도 수원, 충남 천안, 인천 등지의 빌라를 매년 1~2채씩 낙찰받았다. 안씨가 낙찰받은 물건은 모두 방 2~3칸짜리 빌라로 낙찰 가격이 3000만~9000만원 수준이었다. 안씨는 "전업으로 경매 투자하는 게 아니라면 직장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소액 경매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안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경험이 쌓이면서 법률 관계가 다소 복잡한 '하자(瑕疵) 물건'에도 투자하고 있다. 경매 물건의 최우선 순위 채권자(선순위 채권자)로 기존 집주인의 가족이나 친인척이 세입자로 등기돼 있는 물건에 주로 투자한다. 집주인이 채무를 연체해 담보로 잡힌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집을 지키기 위해 부모·형제를 세입자로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세입자는 '위장 세입자'여서 대항 능력이 없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는 지레 겁을 먹고 투자를 기피한다. 그만큼 경쟁 없이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여기에도 노하우는 있다. 안씨는 사전에 집 소유자의 이름이나 나이 등을 확인하고 응찰하기 전 현장 답사도 빼놓지 않는다. 안씨는 "이웃에게 수소문하면 '그 집에 000(집주인)의 어머니가 산다' '삼촌이 산다'는 정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집주인이나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명도(明渡)'는 누구에게나 곤혹스럽다. 안씨는 "낙찰받은 다음에 예의 바르게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퇴거 기간은 한 달 이내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을 많이 받아 경매에 투자하는 것도 반대한다. 그는 "1000만~2000만원 이상 대출을 받으면 시간에 쫓기고 수익률도 떨어진다"며 "빚내서 경매할 바에야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