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택 거래 울상인데 경매는 활기 재건축·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관심 커
두 차례 이상 유찰된 저가 매물도 많아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로 대출 쉬워져 감정가 9억짜리를 2억만 갖고 살 수도
최근 아파트 경매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정부의 잇따른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아랑곳없이 가파른 하락세를 거듭하는 일반 매매시장과 달리 경매시장에는 투자자 발길이 늘고 있다.
더욱이 유럽발 재정 위기 여파로 국내 집값이 급락하면서 평소 경매시장에서 구경하기 어려웠던 서울 강남권 인기 아파트가 나오는가 하면 두 차례 이상 유찰된 저가(低價)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강남 재건축·중소형 아파트 인기 여전
정부는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을 해제하고 '1대1 재건축'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5·10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더 얼어붙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42㎡)는 최근 한 달간 4500만원 떨어진 6억4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잠실동 주공5단지(113㎡)는 같은 기간 4000만원 내려 9억3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에 스페인의 구제금융까지 겹치면서 수요자들이 아파트 구매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매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재건축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면 응찰자들이 몰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 지난달 초 감정가 6억5000만원에 나온 송파구 가락시영(56.8㎡)은 11명이 경매에 참가해 당초 감정가와 큰 차이 없는 6억3732만원에 팔렸다. 지난달 14일에는 강동구 둔촌주공(88.3㎡)이 감정가(8억3000만원)의 87% 수준인 7억21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은 86.3%로 4월(80.5%)보다 5.8%포인트 높아졌다. 낙찰률(35.7%)도 같은 기간 10.7%포인트 올랐다.
입찰에 참여하는 응찰자 수 역시 서울의 일반 아파트(4.3명)보다 많은 4.8명을 기록했다. 재건축 아파트를 경매로 사들이려는 투자자가 일반 아파트보다 많은 셈이다.
경매시장에서도 소액 투자가 가능한 중소형 아파트로 관심이 옮아가고 있다. 경매 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전용면적 33~66㎡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평균 96.2%로 감정가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2009년 75.8%였던 낙찰가율이 2010년 83.1%, 지난해 94.7%에서 올해도 계속 오르고 있다. 33㎡ 이하 소형 아파트는 2009년 67.5%에서 올해 89.9%까지 상승했다.
◇실수요자, 저가 매물 잡을 기회
강남 재건축 단지와 중소형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고공행진하는 것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투자 중심축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제 소유하고 거주하려는 실수요자의 경매 참여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실거주형 입찰자들은 추가로 수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월세 대신 이자를 낸다는 개념으로 아파트를 사들이려고 한다"며 "대출을 받아도 이자가 부담스럽지 않은 감정가 3억원 미만 중소형 주택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투기지역 해제로 대출 한도가 늘어나면서 자금 마련이 수월해진 것이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최근 경매에 나온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전용 63.3㎡) 아파트의 경우 2회 유찰되면서 경매 시작가격이 감정가(9억5000만원)의 64%인 6억800만원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국민은행 시세(8억3500만원)의 50%인 4억1750만원을 대출받는다면 1억9050만원의 투자금만 있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진다.
최근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데다 2~3회 유찰된 물건도 저가 매입이 가능해지고 있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최근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아파트 낙찰가율이 그동안 많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기저효과 성격도 있다"며 "경매에 나온 물건은 6개월쯤 전에 감정가격이 정해진 만큼 현재 시세보다 너무 높지는 않은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