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놓고 머리싸맨 정부

뉴스 김태근 기자
입력 2012.04.18 03:01

부동산 투기 상징 강남 풀면 투기 조장 비난받을 우려
가계부채 증가율 심각한데 정부가 대출 늘린단 인상도

"검토야 항상 하지요. 부동산 시장 점검 회의도 당장 국토해양부에 연락만 하면 할 수 있고…. 그런데 이게 그리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루 이틀이면 해제될 것처럼 보도들이 나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겁니다."(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투기지역 해제 여부를 놓고 정부가 장고(長考)에 빠졌다. 이미 강남 3구에 대해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분양가 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굵직한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은 정부로선 손에 남은 거의 유일한 '빅 카드'이다.

강남 3구 투기지역이 풀리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이 기존 40%에서 50%로 올라 같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3주택 이상자에 대해 양도세율 10%포인트 가산이 적용되지 않아 부동산을 매매할 때 세금 부담이 줄어들며 ▲거래 후 15일 이내에 주택 거래 내역을 신고해야 하는 의무도 사라진다.

부동산 업계와 국토해양부는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지난 16일 "수도권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기재부 내부에선 아직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에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조치를 담기엔 부담이 크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기재부는 4·11 총선 전에 신제윤 1차관 주재로 2~3차례 부처 내부 회의를 열고 투기지역 해제 여부를 논의했지만, 공식적으로는 "기재부 입장은 이전과 다른 게 없다"는 말을 반복한다.

기재부가 이처럼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는 첫째 이유는 강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지금처럼 부동산 거래가 위축됐다면 당연히 투기지역을 해제했을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의 아이콘인 강남에 대해선 장관, 차관도 정무적인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기재부 과장 역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반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강남 3구 투기지역을 해제하면 기대했던 시장 활성화 효과는 못 보고 '정부가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만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둘째로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의미가 있어, 안 그래도 심각한 가계 부채 증가를 정부가 용인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부담이다. 기재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투기지역을 풀어 대출 한도가 늘어도 직접적인 대출 증가량은 많지 않겠지만,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해야 하는 정부가 반대 방향의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강남 3구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투기지역이라는 것도 부담이다. 강남 3구 투기지역을 풀면 전국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은 한 곳도 남지 않는다.

기재부는 그래서 투기지역 해제보다는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의 조기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부담금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투기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지정한 지역. 이 지역으로 지정되면 3주택 이상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이 늘고, LTV·DTI 같은 대출 규제가 강화돼 같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 2003년 제도가 처음 도입됐는데, 지금은 강남 3구만이 유일하게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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