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에서 국민주택 규모를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4일 '서민 주거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현행 전용면적 85㎡인 국민주택 규모를 65㎡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주택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1972년 도입된 국민주택 규모는 한 가구가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면적으로, 주택 건설의 기준이 돼 왔다. 정부는 중소형 주택의 공급 확대를 위해 85㎡ 이하의 주택을 짓거나 구입할 경우 각종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가 40년 가까이 적용돼온 국민주택 규모를 축소 조정하려는 것은 최근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소형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0년간 인구구조는 많이 바뀌었다. 국민주택 규모를 85㎡로 정한 1970년대에는 가구당 인구수가 5.09명이었지만 2010년엔 2.69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국의 총 1733만 가구에서 1~3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69%(1204만 가구)나 된다. 지난해 전국에서 새로 입주한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은 13만5767가구로 2010년(10만5617가구)보다 28.5% 늘었다. 제한된 토지에 더 작은 주택을 지으면 주택 공급 수가 더 많이 늘고 집값이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서울시는 고려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소형 주택 공급을 과도하게 강요하는 것은 재건축 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 시 60㎡ 이하 소형 주택 공급을 더 늘리라고 요구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도를 갑자기 변경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주택 기준이 바뀌면 각종 세제와 청약제도는 물론 서민들이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받는 주택 구입자금·전세자금 등 20개가 넘는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오동훈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계획)는 "국민주택은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보장하는 최저 주거 수준이 아니다"며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주택 규모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과 제도를 한꺼번에 고치기보다 공공기관을 통해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굳이 국민주택 규모를 바꾸지 않아도 각종 지원기준을 주택 크기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법으로 소형 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다"며 "지역 여건에 따라 지자체가 주택 건설 인허가 과정에서 소형주택 건설을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