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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이주자 갈 곳이 없다… 봄 전세난 우려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2.02.13 03:02

3~5월 서울 9000가구 이주, 작년보다 45% 늘어난 규모… 벌써부터 주변 전세금 들썩
아파트 공급 3000가구 불과… 전세 재계약 앞둔 세입자는 작년보다 줄어 그나마 다행

서울 강동구가 지난 1일부터 고덕1동 주민센터에 마련한 '전월세 민원 상담 창구'에는 이사할 집을 찾지 못한 세입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동구는 지난달 2500가구 규모의 고덕 시영 아파트가 재건축을 위한 주민 이주에 들어가면서 전세 시장이 홍역을 앓고 있다. 명일·고덕동 일대 중소형 아파트 전세금은 한 달 새 1000만~2000만원쯤 올랐다. 다세대·다가구주택 전세금도 많게는 1000만원 안팎 뛰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고덕 시영 아파트 주변 전세금은 올 들어 평균 4.8% 올랐다. 서울 평균 전세금이 0.03%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일동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고덕동은 물론 상일·명일동 일대로 전세 수요가 몰려 전세금이 집값의 80% 수준까지 치솟았다"며 "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 전세금 상승세가 주변 지역으로 번질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강동구 고덕 시영 아파트에서 이삿짐업체 직원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삿짐을 실어내리고 있다. 2500가구에 달하는 이 아파트에서 지난달 재건축을 위한 주민 이주가 시작되면서 주변 지역 전세금이 들썩이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연초 잠잠하던 서울 전세 시장에 봄 이사철(3~5월)을 앞두고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보다 이주 예정 물량이 45%쯤 늘어나지만 전세 공급원인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오히려 4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전세난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재개발 이주 수요로 전세금 들썩

12일 본지가 부동산 정보 업체 닥터아파트와 함께 조사한 결과, 올 3~5월 서울 시내에서 이주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가구는 총 9087가구(10곳)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242가구·10곳)보다 가구 수가 45% 늘어나는 것이다. 예정대로 이주가 진행되면 강동구(2910가구), 영등포구(1428가구) 등 상대적으로 이주 수요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요동칠 전망이다.

이주 수요는 그동안 전세 시장을 크게 자극해 왔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300가구 이상 이주 수요가 있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금은 같은 기간 해당 시·구보다 2~3배 더 높았다"고 말했다. 상반기 이주를 앞둔 종로·성동구 일대 재개발 사업장 주변은 이미 전세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말부터 이주가 시작되는 종로구 옥인1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아직 이주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전세금이 너무 올라 어디로 이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는 대폭 감소

이주 물량은 늘어나는데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대폭 감소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봄 전세 시장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봄(3~5월) 서울에서 '집들이'에 들어가는 새 아파트는 총 3028가구. 최근 4년 새 가장 적은 수치다.

봄 입주 물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09년 8132가구를 정점으로 2010년 7270가구, 지난해에는 5131가구를 기록했다. 올해 새 아파트 공급량은 작년보다 40% 줄었고, 2009년에 비하면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닥터아파트 조은상 팀장은 "지난 2~3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거의 중단해 입주 물량이 줄고 있다"면서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한꺼번에 몰리면 전세난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처럼 서울 도심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거나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면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전세난은 공급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며 "뉴타운 구조조정 여파로 2~3년 뒤 전세 시장에 더 큰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봄 전월세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가 지난해보다 줄어들고 1~2인 가구용 도시형 생활 주택 공급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이 완충 역할을 해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3~5월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3만4353건. 이에 비해 올해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2010년 전·월세 계약자)는 2만1375명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올봄 이사철을 겨냥해 작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착공했던 도시형 생활 주택이 봄에 많이 입주한다"면서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전세 공급에는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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