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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부담스러워"… 움츠러든 강남 재건축

뉴스 홍원상 기자
입력 2012.02.02 03:06

투기과열지구 해제돼 주택 매물은 빗장 열렸지만
세금 감면혜택 사라지며 지난달보다 집값 하락폭 2배

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내 상가. 부동산중개소 40여곳이 몰려 있는 상가 안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바깥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곳곳에 텅 빈 사무실도 3~4곳 보였고 문을 열지 않은 중개업소도 2~3곳이 넘었다. 이곳의 H부동산공인 김모(40) 실장은 "작년 말 취득세 감면조치가 끝나기 전에 반짝 거래가 되더니 새해 들어서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며 "가뜩이나 시장이 안 좋은데 집을 살 때 내야 하는 세금까지 오르니 다들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겨울 맹추위처럼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핵심으로 한 '12·7 대책'이 발표되고 나서 온기(溫氣)가 퍼지는 듯했던 재건축 시장이 작년 말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에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1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3구의 재건축 아파트 값이 평균 0.63% 떨어지며 작년 12월(0.21%)보다 하락폭이 2배 이상 커졌다. 개별 아파트 가격도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작년 말 9억6000만원이었던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56㎡)는 9억3500만원, 대치동 은마아파트(112㎡)는 같은 기간 5000만원 하락한 10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서초구 잠원동 우성아파트(125㎡)도 지난해 말 12억1000만원에서 시세가 7000만원 내렸지만, 매수자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개포주공2단지 H공인중개사무소 정모(60) 대표는 "한달에 한건도 거래가 안 되다 보니 난방비가 아까워서 사무실 전화를 휴대전화로 연결해놓고 문을 안 여는 곳도 있다"고 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이 올 들어 더 크게 위축된 것은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재건축 조합원들은 조합 설립 이후에도 지위 양도가 가능해지면서 종전보다 집을 쉽게 팔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작년 말 취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면서 주택구입에 따른 세(稅)부담이 늘었다. 즉 주택 매물은 시장에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빗장이 풀린 데 비해 매수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문턱은 더 높아진 셈이다.

앞서 정부는 그동안 주택 구입금액의 1%(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와 2%(9억원 초과 1주택자 또는 다주택자)를 적용하던 취득세율을 새해부터 각각 2%와 4%로 올렸다. 송파구 J부동산공인 사장은 "집을 사려고 마음먹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작년 말에 서둘러 계약을 마쳤기 때문에 매수문의가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의 본격적인 뉴타운 구조조정으로 우후죽순 추진되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대거 정리되면 사업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투자가치는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42㎡)는 작년 12월 주거지역 종(種)상향이 결정되고 재건축 공사가 임박해지면서 한달 새 가격이 5000만원가량 올랐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주택 수요자들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대출규제와 취득세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투자를 잠시 주저하는 모습"이라며 "강남 재건축 시장을 살리려면 서울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추면서 사업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재건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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