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임차 수요 몰리면서 보증금 오르고 거래도 늘어 "봄철 이사 성수기 앞두고 전셋집 구하기 더 힘들수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가정주부 최모(38)씨는 요즘 하루 일과를 전세 매물로 나온 다세대주택을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현재 살고 있는 고덕시영아파트가 재건축 이주에 들어가면서 늦어도 6월까지는 새 거처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파트를 알아보았으나 전세금이 너무 오른 바람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연립·다세대 주택으로 방향을 돌렸다. 최씨는 "다세대주택 전세도 1~2달 전에는 전용 66㎡가 1억원 정도 했는데 최근엔 1억3000만원까지 올라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봄 이사철이 되면서 아파트 전세 세입자들이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생활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아파트를 선호하던 세입자들이 2년 전 전세계약 때보다 급등한 보증금 부담에 못 이겨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에 몰리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크게 늘어난 다세대·연립 전세수요로 인해 이들 주택의 보증금이 1~2주 만에 1000만원 이상 올랐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럭키부동산중개사무소에는 요즘 문의전화의 대부분이 다세대주택을 찾는 세입자들이다. 이곳의 66㎡(20평) 남짓한 다세대 주택(방 3개)의 전세금은 2억원 정도. 1년 전보다 10% 이상 올랐지만, 주변 아파트 전세시세(약 4억원·59㎡ 기준)에 비해선 여전히 낮다. 럭키부동산공인 대표는 "다세대는 아파트보다 인기가 덜하지만 최근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전세 물건은 이미 계약을 맺어 거의 동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고덕동 나라부동산중개소 대표는 "다세대를 찾는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대기자만 10명이 넘을 정도"라고 말했다.
연립·다세대주택에 임차수요가 몰리면서 전세보증금도 크게 올랐다.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4.9%, 3.8%였던 서울의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전세금 상승률은 2010년 6.0%에 이어 지난해에는 8.4%를 기록했다. 작년 7~8월에 한달 평균 2300건 안팎이었던 서울의 연립·다세대 전세 계약건수도 지난달에는 2992건으로 크게 늘었다.
연립·다세대주택의 보증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부 세입자는 경기도 구리·하남 등 서울 외곽으로 이사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다세대주택 전세금이 매매가격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아파트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젊은 수요자들이 많이 찾는다"며 "요즘 같은 전세난에서 여유자금이 없는 서민이나 신혼부부가 서울 시내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봄철 이사 성수기를 앞두고 전세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가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더 몰릴 경우 서민들의 전셋집 구하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연립·다세대주택은 아파트 대체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아파트 전세금 상승을 뒤따르는 모습을 주로 보인다"며 "게다가 연립·다세대주택의 공급이 최근에 정체돼 있는 만큼 올해는 전세금 상승폭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